미국 상원 의회가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임명을 최종 승인했다. 게임스톱 사태, 아케고스 캐피털 등 공정성, 투명성 이슈가 붉어진 주식 시장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리플 소송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을 감독하게 된다.
2021년 4월 14일(이하 현지시간) 포브스에 따르면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이 상원 표결에서 찬성 53표, 반대 45표로 통과됐다. SEC 위원장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다.
겐슬러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금융 전문가다.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차관을, 오바마 정부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역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년 11월 10일 게리 젠슬러를 경제정책 인수위 수장으로 발탁했으며 2021년 1월 18일 SEC 신임 위원장으로 공식 지명했다.
겐슬러는 블록체인와 암호화폐 친화적 인사로 알려져있다. 2018년부터 MIT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강의했으며 암호화폐 기술은 본질적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신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2021년 3월 상원 금융 위원회가 진행한 인사 청문회에서도 "암호화폐가 저렴한 국내외 결제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이며 재무 계획과 금융 포괄성(Financial Inclusion)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ETF, 리플 소송 향방은?
개리 겐슬러 임명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SEC의 규제 태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와 리플 소송이다.
SEC는 수년 간 비트코인 ETF 신청을 반려해왔다. SEC 조직 변화, 캐나다·브라질 비트코인 ETF 출시 등으로 승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피델리티, 위즈덤트리, 갤럭시디지털 등 9건에 달하는 비트코인 ETF 신청이 몰렸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월 27일 "개리 겐슬러는 암호화폐 관련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임명은 암호화폐 ETF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은 "개리 겐슬러 임명이 암호화폐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위원회는 업무 지속성을 지키기 위해 5인으로 구성된 것"이라며 정책 전반에서 당장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EC와 소송 중인 리플도 SEC 신임 위원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개리 겐슬러는 2018년 XRP를 '규제 미이행 증권'으로 규정한 바 있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다만, 소송을 추진한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 전 SEC 위원장, 마크 버거(Marc Berger) SEC 집행국장 대행이 기관을 떠난 상태에서 보다 유연한 합의 방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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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찬성론자 겐슬러, 시장 개입 늘어날까
3월 청문회에서 겐슬러는 암호화폐 정책 변경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비트코인(BTC) 미증권 분류 등 SEC의 사전 결정을 지지"하고 있으며 "자본 형성 및 투자자 보호 원칙을 지키고 기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정 행위를 뿌리 뽑지 못하거나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새 금융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모든 일이 잘못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리 겐슬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00조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규제 개혁가다. 규제 찬성론자인 만큼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리 겐슬러 지명에 찬성한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의원은 "주식 시장이 일반 서민의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명백해지는 시점에 겐슬러가 SEC를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운 의원은 "겐슬러는 월가의 책임을 묻는 경험이 풍부하다. 시장은 근로자가 질 수 밖에 없는 헤지펀드 매니저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가구들이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공간임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