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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블록체인으로 즐거운 기부 문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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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한 기자

2021.02.16 (화)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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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은 모든 어린이가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 어린아이를 잘 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어린아이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마다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꾼다. 원대한 비전을 품고 큰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많다. 정치가 바뀌면, 기술이 발전하면, 제도를 혁신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선전한다. 많은 이들이 사회·정치적 이념과 구호에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을 맡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각자가 꿈꾸는 좋은 세상의 의미가 다르다.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도 제각각이다. 우리가 뒤늦게 발견하는 것은 큰 비전, 대의(大義)를 이루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이 남기고 간 그림자뿐이다.

세계 최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은 모든 어린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이를 위해 소외된 어린아이 한 명 한 명을 돕는다. 한국월드비전의 제9대 회장으로 선임된 조명환 회장은 45년간 후원을 받으며 자란 자신이 이 일의 산증인이라고 말한다.

조 회장은 NGO의 생명이 '투명성'에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아가 비대면·디지털 사회에서 NGO의 역할이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줘 단순히 지갑을 열게 하는 일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MZ세대에게 가 있었다.

그는 즐거운 기부 문화를 꿈꾼다. MZ세대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고, 후원금 집행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토큰포스트는 8일 조 회장을 만나 미래 사회에서 NGO가 나아갈 방향과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Q. 한국월드비전의 9대 회장으로 취임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후원받던 어린이였습니다. 무려 45년간 매달 15달러를 받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나도 나중에는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한국월드비전의 회장으로 일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어린이를 돕는 일이 저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취약한 아동과 가정이 더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취임한 만큼 더욱 큰 책임감으로 저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아붓고자 합니다.


Q. 월드비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본인의 삶에 연결점이 있었나요?

물론이죠. 참 기가 막히게 월드비전의 가치와 저의 삶의 가치가 딱 맞아떨어졌거든요. 월드비전은 전 세계 가장 취약한 아동·가정·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NGO입니다. 모든 어린이가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월드비전이 어린아이를 돕는 이유는 단순히 어느 한 어린아이를 잘 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 어린아이를 통해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게 하고자 하는 거죠. 가난했던 한 인생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어린아이로 인해 또 다른 좋은 세상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죠. 그런 사람이 많이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월드비전은 그런 좋은 세상이 계속 만들어지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를 도와준 분은 미국의 에드나 넬슨이라고 하는 여성분이었어요. 제게 15달러를 45년 동안 매달 보내주셨는데요. 40년 만에 이분을 만나 뵈니깐 잘 사는 분이 아니었어요. 105세까지 사셨는데, 초등학교 교사로 25년을 지내셨어요. 대략 60세에 은퇴하셨겠죠. 마지막 직업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셨어요. 100년 동안 비행기를 한 번도 안 타보셨더라고요. 정말 소시민이에요. 본인도 어려운 사람인데 자신보다 더 가난한 한국의 아이를 도우신 거죠.

에드나 넬슨과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저 역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는 비전과 꿈을 갖고 살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어린아이에게 도움을 준다면 분명히 그중에서 제2의 빌 게이츠, 제2의 위인들이 나오지 않겠어요? 정치, 경제, 예술, 문화를 막론하고 그런 인물들이 나온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Q.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어떤 수준입니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발전한 국가는 미국입니다. 기부 문화가 모든 국민들에게 스며들어 있어요. 저도 오랫동안 기부는 부자들만 하는 줄 알았죠. 돈은 많이 벌고 여유 있는 사람이 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의 양어머니 에드나를 통해 알게 됐어요. 기부는 가난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미국은 대다수 국민이 자기 수입에 관계없이 적으면 적은 대로 기부하고, 돈이 없으면 재능과 시간을 들여 봉사하고 있더라고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부를 받는 나라였어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국가로 전환된 시점이 1991년이에요. 30년 전이죠. 우리 역사 70년에서 40년은 받아왔고, 이제 30년을 주기 시작한 거예요. 오랫동안 기부를 받다 보니 아직은 받는 게 문화적으로 익숙하죠.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뉴스들을 쉽게 접하잖아요. 이제는 국가를 떠나 지구촌 전체를 보는 시각이 많이 형성됐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면 우리나라도 기부 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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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가 블록체인 확산 7대 분야 중 하나로 '기부'를 꼽았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NGO의 생명은 투명성이에요. 투명성은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후원자들이 힘들게 번 돈을 내놓는 거잖아요. 저는 투명성 향상을 위해 모든 NGO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월드비전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저는 2년 전에 MIT 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을 공부했어요.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해서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공부했죠. 거기서 저는 금융, 경제, 행정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펼쳐질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봤습니다. 2가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생명공학자였고, 벤처기업인이었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신약 개발을 단축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했어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신약개발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은 절감하며,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또 하나는 기부금에 대한 내용인데요. 지난 20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 회장을 하면서 후원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있는 에이즈 환자들을 돕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아프리카는 관료들이 부패해서 후원금을 100달러 전달하면 10달러가 수혜자에게 갈까 말까 할 정도로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후원금이 기부자로부터 수혜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을지,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투명성이 확보 되면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해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후원금이 현장까지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그 과정을 기부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월드비전은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었어요. 2년 전부터요.


Q. 월드비전은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 ‘아미’를 보면 최근 기부 문화가 팬덤 형식으로 형성돼 가는 추세를 볼 수 있습니다. 월드비전의 후원금 모금도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오가닉 네트워크(Organic Network)’ 개념을 도입했어요. 개개인이 들어와서 놀 수 있는 소셜 액션 네트워크를 만들고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MZ세대들은 사회적 이슈에 굉장히 관심이 많잖아요. 한 사람이 들어와서 사회적 이슈를 얘기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관심 있는 사람끼리 서로 움직이다 보면 모금이 되는 거죠. 이러한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면 하나의 운동이 되고요. 그래서 플랫폼의 이름을 가치를 만들어 간다는 뜻에서 ‘베이크(VAKE, Value+Make)’라고 지었어요.

블록체인 기술은 참여자들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블록체인을 이용해 어떤 사람이 언제 어떤 일을 했고, 그 일을 했을 때 배지를 수여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어요. 특정인을 검색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고요. 이렇게 개인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신뢰도가 올라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 베이크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가는 거고요.

현재는 후원자부터 수혜자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걸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1월부터는 결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저는 베이크에 MZ세대가 많은 관심을 가질 거라고 보고 있어요. MZ세대는 4차산업 기술에 관심이 있잖아요. 후원도 하고 신기술을 체험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요. MZ세대가 젊을 때부터 후원하기 시작하면 평생 후원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고요. 기부 문화가 형성되는 거죠.


Q.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의 삶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비대면·디지털 사회로의 이행이 빨라지면서 월드비전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무게도 클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사회취약계층의 형편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국내 취약 가정의 아동들은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돌봄의 질 저하, 학대 방임 등의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 이외의 대체 교육기회에도 차이가 발생하면서 교육의 격차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도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우니까 아이를 일찍 결혼을 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거라고 봅니다. 인공지능(AI), 로봇, 블록체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의 최첨단 기술이 주축이 되는 시대가 시작됐는데 이러한 사회에서는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죠.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잘 살게 되거든요. 그런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유리한 시대가 되죠. 예전에는 잘 사는 사람이 있고, 그 다음 중간층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간층이 더 적어져요. 부유층과 가난한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겁니다.

앞으로 NGO의 전성시대가 올 거에요. NGO가 더 필요한 시대가 온다는 거죠.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후원금 유치를 어떻게 극대화할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후원금 모집이 단순했어요. 어느 기간을 정해 학교나 교회, 공공기관을 방문해서 홍보하고 후원 약속을 받는 것이었죠. 지금은 모바일 시대입니다. 다양한 SNS를 통해 채널이 다양화됐고, 현대인들의 취향도 다양해졌고요. 여기에 맞는 후원 모금시스템 개발이 필요해진 거죠. 어디에 가면 누구를 만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이 뭘 하고 노는지 파악하고 연구하는 일이 필요해졌습니다. 시장 흐름을 알고 있어야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한국월드비전의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월드비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향해 ‘우리는 이런 NGO가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NGO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국내 1위로 만족하지 않고, 전 세계 1위를 향해 나아가는 NGO가 됐으면 합니다. 월드비전을 만든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정이 달라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잖아요. 저는 앞으로 2030년에는 한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다음으로 4위에 위치해 있어요. 많은 후원자님들과 힘을 합쳐 위기에 놓인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돕겠다는 사명에 집중해나가겠습니다.

토큰포스트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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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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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HelloXDC

2023.02.23 18:50: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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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

2022.12.06 20:15:1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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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B

2022.10.26 19:21:44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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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파파

2021.02.21 13:39:18

좋은 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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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

2021.02.21 09:56:01

잘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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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범독서작가

2021.02.20 08:21:3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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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2021.02.19 17:46:28

월드비전 봉사단체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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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파파

2021.02.18 23:26:42

이런 단체들도 블록체인과 함께 더 깨끗하게 운영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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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2021.02.18 13:05:55

정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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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동동

2021.02.18 10:15:4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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