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암호화폐의 사용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막을 수 없는 트렌드라고 생각하기에, 공적인 영역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현재 선결 과제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를 운영하며, 한국 핀테크 산업협회 블록체인 분과장 직책을 맡고 있는 이준행 대표의 발언이다.
고팍스(GOPAX)는 보안성과 함께 투자자 보호에 중점에 둔 거래소로, 까다로운 KYC(개인실명인증) 체계 등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생태계 신뢰 회복'을 목표로 기자회견을 열어 암호화폐 상장절차 및 내부규정을 공개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 10월 11일 국회 주최로 개최된 국제 블록체인 컨퍼런스 'GBPC(Global Blockchain Policy Conference) 2018' 기획에 참여한 이준행 대표를 블록체인 전문미디어 토큰포스트가 만났다. 인터뷰 전체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Q. 한국 핀테크 산업협회 블록체인 분과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 핀테크 산업협회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입니다. P2P 대출,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이 속해 있으며 블록체인 업체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총 회원사가 약 150곳, 블록체인 관련 업체가 약 30곳 정도 됩니다. 그곳의 블록체인 분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Q. GBPC 2018의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대전제는, 블록체인 산업계에 제도와 정책적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경우도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많은 부분이 제도권에 편입돼 있어요.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적 성격을 띠므로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기 쉬워요. 결국 규제의 틀 안에 들어오는 편이 민간, 정부, 소비자, 기업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약산업의 경우, 불분명한 성분의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팔 수 있는 정보비대칭 사례 때문에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어요. 암호화폐도 금융산업과 비슷해 이러한 사례가 존재하므로 제도권 내 편입해야 합니다. 이해 당사자들 간 제도적 절충점을 찾는 과정 자체가 업계 성공에 중요하다고 판단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는 의도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이전에는 암호화폐 가격이 주로 이야기됐고, '이것이 화폐인지, 좋은 것인지 혹은 나쁜 것인지'와 같은 기초적인 수준의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적합한 제도를 수립해나갈 것인가'를 토론할 시점입니다. 국회 쪽에서 협회에 행사 요청이 왔고, 이러한 의도로 적극적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Q. 지난 인터뷰 당시 "스트리미는 선한 움직임을 주도하는 회사"라고 소개했습니다. GBPC도 그 움직임의 일환인가요?
네, '선하다', '착하다'를 넘어서 사업의 본질은 세상에 많은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이 회사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죠. 이에 따라 이해 당사자 간 논의와 토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거래소 대표로서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엄밀히 얘기하면, 아직 발의된 법안이 10개 이상, 입법이 된 법안은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현재 규제안에 호불호가 없고, 이번 기회를 통해 잘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기존 법안들도 제 기준에서 크게 무리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Q. 추후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가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소비자 보호 측면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부가 미국 시스템보다 싱가포르와 유사한 시스템을 채택해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보면, 소비자 보호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합리적인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이노베이션은 풀어주되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등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ICO를 진행할 경우 적격 투자자나 펀드 등으로 제한됐을 때에는 복잡한 신고 의무를 어느 정도 감면해준다거나, 논의 중인 샌드박스 형태의 특별 구역, '프리존'을 만들어서 국가가 개입해 소통하면서 성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암호화폐를 접했을 때, P2P 네트워크와 중앙정부가 없는 일렉트로닉 캐시라는 개념에 매료됐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암호화폐의 실사용화를 지지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Q. 암호화폐 실사용화를 위해 어떤 방향성이 제시돼야 할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암호화폐의 사용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막을 수 없는 트렌드라고 생각하기에, 공적인 영역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현재 선결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현금의 경우 세금을 떼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은행 측이 모니터링을 통해 현금 흐름을 파악하고, 사용시 익명성을 없애기 위해 현금 영수증을 발행해 연말정산 때 이득을 보게 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한 것처럼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공적인 영역, 거래소나 예치원 등 벤더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Q. 향후 정부의 거래소 규제안에 대한 대처방안이 궁금합니다.
시스템 및 운영 규정을 구축하고 상장 등 각각의 프로세스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규제의 존재를 예상하고 준비했습니다. 상장위원회를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거쳐 심사하고, 실무협의체와 위원회를 분리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자본시장법에서 적용 가능한 내부자 거래, 시세 조작 등을 방지할 수 있게끔 규정화해 이상 활동이 발생하면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대비책은 처음부터 유지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제도는 없지만, 그간 발의된 법안을 비롯해 이미 일본에서 시행 중인 정책 등을 참조하면서 대비하고 있습니다.
차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