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은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세르게이 슈베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규제기관으로서 암호화폐 구매를 투자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는 다단계 금융이나 룰렛 게임에 가깝고, 금융 시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정부나 금융기관이 시민들에게 암호화폐를 구입하도록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슈베초프 부총재는 암호화폐가 법정통화의 대용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암호화폐가 불법 행위에 자주 이용되고 있기에 은행의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는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우회하는 데 사용된다"면서 "중앙은행은 범죄 분야에 대한 시민들의 투자를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 합법화에도 산업 전망은 불투명
러시아 의회는 암호화폐 관련 내용이 포함된 '디지털금융자산법(DFA)'을 이달 최종 통과시켰다. DFA법은 암호화폐를 결제에 이용하는 것은 금지하면서도 특정 시스템 내에서의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는 허용했다. 업계가 우려했던 암호화폐 관련 형사 처벌 규정은 입법 직전 삭제됐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DFA 법안의 통과로 암호화폐 거래가 합법화됐지만 러시아 내 암호화폐 관련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러시아 정부 기관의 태도가 부처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관련 사업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해 자금과 기술의 유출을 불러와 자국 경제에 손해를 끼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통해 통제 가능한 시장을 마련하자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반면에 러시아 내 암호화폐 발행을 포함한 관련 활동을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승인·미승인 투자자가 구입할 수 있는 암호화폐 유형에 대한 분류 작업을 맡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발행업체, 거래소 등에 추가적인 요건도 부과할 수 있다.
실제적인 암호화폐 규제를 결정할 또 다른 법안인 '디지털통화' 법은 올해 안으로 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앞으로 국회와 각 정부 부처 간 논의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지금까지 러시아 내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와 규제 방향이 명확하지 않았음에도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비트코인 정보 사이트 코인댄스에 따르면, P2P 거래소 로컬비트코인(Localbitcoins) 5월 거래량의 20%를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