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 감독기관이 디지털 자산의 '현실적 인도(actual delivery)'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 산업이 가지고 있던 오랜 규제 의문을 해소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디지털 자산의 현실적 인도에 관한 최종 지침을 발표했다.
무역 상황에서 '현실적 인도'는 계약 상품을 실제로 이동시켜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상품을 증권화하여 인도하는 '상징적 인도(Symbolic Delivery)'와 상대적인 개념이다.
암호화폐는 '실물'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 인도' 개념을 적용할 시점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지침은 언제 암호화폐가 거래자에게서 상대 거래자에게 실제로 인도되는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35쪽 분량의 문서를 통해 거래 후 28일 이내, 고객이 자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제공자는 자산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때 '현실적 인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침은 암호화폐의 '현실적 인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1) 고객이 (i) 마진, 레버리지 또는 기타 금융거래를 통해 매입한 상품 전량에 대해 소유권과 통제권을 확보한다. 또한 (ii) 특정 실행 장소를 떠나서 자유롭게 상품 전량에 대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 거래일로부터 늦어도 28일 이내여야 하며, 그 이후 효력이 계속된다
(2) 제공자 및 거래상대 판매자(이에 준하는 각 계열사 및 그 밖의 개인 포함)는 거래일로부터 28일을 끝으로 마진, 레버리지 또는 기타 모든 금융거래를 통해 매입된 상품에 대해 어떤 이익, 법적 권한, 통제권을 갖지 않는다.
위원회는 지난 몇 년간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한 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여 해당 지침을 작성했으며, 지난 23일 최종 승인했다.
지난 2016년, 로펌 스텝토앤존슨이 암호화폐의 '현실적 인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줄 것을 기관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위원회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와 거래위반혐의 관련 기소를 합의 처리한 직후였다.
당시 위원회는 "거래소가 마진 거래 관련 자금을 인도한 후에도 암호화폐 개인키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했다"면서 자금을 실제로 인도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이는 거래소가 7만5000달러 상당의 벌금을 지급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스텝토앤존슨이 청원서를 제출, "해당 합의에서 '현실적 인도'가 어떤 것인지 명확한 정의가 도출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로펌은 암호화폐 '보관(custody)'에 대한 불명확한 정의가 산업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지침은 암호화폐 거래에 관한 법적 해석에 명확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편, 위원회는 "상품과 기반 분산원장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정의를 내릴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히스 타버트 CFTC 위원장은 "새로운 지침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90일 동안 관련 위반에 대한 단속조치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