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터진 악재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사기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빗썸은 코인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의혹을 사 상장을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10~11일 이틀에 걸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업비트 본사를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거래를 시작할 때 실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산상으로 있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업비트는 거래 가능한 암호화폐 종류에 비해 코인 지갑의 종류가 적어 실제 자산도 없이 거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해당 암호화폐 코인 지갑이 없으면 투자자는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업비트는 130여 종에 달하는 암호화폐 가운데 90여 종만 지갑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나머지 40여 종 또한 보관용 자체 지갑이 따로 있으며, 회계 법인의 공증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비트와 경쟁하며 국내 거래소 가운데 2위를 점하고 있는 빗썸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업비트 압수수색으로 빗썸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지만 '팝체인' 상장 논란으로 기회는커녕 거래소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더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이날 예정된 신규 코인 '팝체인'의 상장을 철회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이 음악, 동영상 등을 자사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발한 코인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의혹이 불거졌다.
본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팝체인은 소수의 암호화폐 소유자가 이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을 샀다. 상장이 공지된 당시 팝체인은 2개 지갑이 91% 이상의 코인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빗썸이 팝체인 상장에 직접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다수의 거래소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는 빗썸에 팝체인 상장을 중단하고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뒤늦게 빗썸은 공지를 통해 상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빗썸 측이 내놓은 석연찮은 내용의 공지는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빗썸은 공지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여러가지 허위 사실들이 시장에 유포되어, 해당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시장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바 타 거래소에 팝체인 상장이 결정된 후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추후 상장은 다른 거래소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거래소가 내세우는 엄격한 상장 기준과 심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짚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빗썸 코인 상장의 합당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거래소의 대표들이 사기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앞서 6일 검찰은 코인네스트 대표와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4일에는 HTS코인 대표와 임직원 3명을 상대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거래소 법인 계좌에 있는 고객 자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연이어 터진 거래소발 악재에 회복 기미를 보이던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주저앉자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국내 양대 거래소마저 별다를 게 없다는 인식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남은 인내심마저 앗아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법지대에 가까운 거래소·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제도권으로 진입시켜야 부작용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