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암호화폐 시세차익을 노리고 15억원의 돈을 소액으로 쪼개 수백 차례에 걸쳐 해외로 송금한 암호화폐 거래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6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A씨는 지난해 1월 초부터 3월 초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 5명에게 462차례에 걸쳐 129만 9,586달러(약 15억 2,700만원)를 송금했다. 보내온 돈을 받은 지인들은 미국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해 A씨에게 전송했고, A씨는 미국보다 암호화폐가 비싸게 거래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팔아 이득을 봤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죄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송금액을 3천 달러 이하로 분할해 '미신고 자본거래'를 했다며 약식기소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10억원 이상의 자본거래를 하려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미신고 자본거래 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10억원 이하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3천 달러 이하면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분할거래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면서 증거 불충분으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거래한 금액이 10억원이 넘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외국환거래법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3천 달러 이하로 분할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처벌 대상으로 판시한 '분할거래'는 당초부터 10억원 이상을 거래하면서 단지 외국환거래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금액을 나눠 거래하는 형식을 취한 경우"라면서 "A씨의 거래는 신고나 연간송금액 한도에서 차감되는 것을 피하고자 3,000달러 이하 금액으로 나눠 송금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A씨의 거래목적과 기간, 횟수, 송금액 등 전체적으로 볼 때 의도적 범행"이라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