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해하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고도화 과정이다. 인간이 진화돼 온 과정을 보면, 과거 노예 같은 삶을 살다가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근력을 대신하는 기계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정보화가 되면서 카메라, 센서 등 인간의 감각을 대신하는 기계들이 생겼다. 4차 산업은 우리의 지식을 대신하는 노예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인공지능(AI)이다."
전하진 전 국회의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시작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월드블록체인서밋마블스 2019 행사에서 '4차산업혁명의 원동력, 블록체인'을 주제로 패널토의가 열렸다. 이날 패널토의에는 전하진 전 의원,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회장,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이 참여했다. 좌장은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이 맡았다.
전하진 전 의원은 인간이 기계를 대신해 할 수 있는 일, 미래에 인간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의 해답을 '인간 지성'에서 찾았다.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아직 인간이 가진 유일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은 인간 지성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유통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집단지성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하려면 아주 빠르고, 빈번하고, 다양하게 유통돼야 한다"면서 "3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가 빠르게 유통되는 것을 경험했고, 여기에 더해 블록체인은 마이크로 트랜잭션(micro transaction)을 통해 가치가 국경을 초월해 유통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유형자산 중심에서 무형자산 중심으로 경제 시스템이 바뀔 것이고, 무형자산에 연결돼 있지 않은 유형자산은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가장 중요한게 목(자리)인데, 앞으로 교통의 요지가 아닌 '무형자산과 연결돼 있는 부동산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지금의 교육의 시스템도 지적 능력을 강화시키는데 포커스있지, 지성적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커리큘럼도 쓸데가 없다"면서 "아이들에게 지성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교육을 해야하고, 그러려면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회장, 전하진 전 국회의원,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 / 코리아씨이오서밋
전하진 전 의원은 블록체인을 포함한 기술과 개인이 고도화되면 자연스레 혁명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시작된 혁명은 궁극적으로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개인이 고도화되면 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정치 시스템도, 제도도 바뀌게 될 것"이라며 "당연히 이러한 혁명을 기존 기득권이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은 기존 질서가 두려워하는 충격을 주게 될 것이고, 역사적으로 기술을 이기는 권력은 없었다"면서 "결국 법 하나, 둘이 바뀌어서 될 문제가 아니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기존 체제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하진 전 의원은 개인의 고도화가 이뤄지면 더이상 국가 중심이 아닌 분화된 작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성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진정한 화폐 혁명은 리브라와 같은 글로벌 통화가 아닌 분화된 커뮤니티가 신뢰를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통용할 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온라인으로 일률적으로 연결된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분화돼 끼리끼리 놀고 있다"면서 "유투브 열풍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그 안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화폐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리브라 같은 글로벌 화폐의 효용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다"면서 "리브라처럼 큰 규모의 혁명이 아닌 작은 커뮤니티가 신뢰를 바탕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사용하면 (지금과 같은) 화폐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화폐로부터 독립되는 개인이 공동체와 함께 고도화되는 세상으로 갈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보다 작은 커뮤니티마다 통용되는 토큰 경제가 어떻게 빌드업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데서 성공모델이 나오면 스마트폰 확산과 같은 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코리아씨이오서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