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AI, '진정한 분산화' 가능할까?…데이터 접근성과 비용이 핵심

인공지능(AI) 기술이 점점 더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암호화폐 업계는 이를 분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대형 기술 기업들의 AI 독점이 심화되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 AI 프로젝트들은 이 흐름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데이터 접근성과 비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분산화’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중앙 당국의 개입 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일부 AI 프로젝트들도 거대 IT 기업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모델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AI 프로젝트로는 솔라나(SOL) 기반의 AI16Z, 베이스(Base) 블록체인의 Virtuals 등이 등장하며 점진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대기업과 무관하게 자체적인 대형 언어 모델(LLM)을 훈련하려 하지만, 방대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AI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 세트와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기반으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기반 AI 팀들은 개방형 웹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용 데이터세트에는 접근하기 어려워 기술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이 때문에 일부 프로젝트들은 중앙화된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픈AI(OpenAI)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의 API를 사용해 AI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기존 대기업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분산화’라는 취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기술 개발에는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 주요 AI 서비스들은 폐쇄형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높은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AI 스타트업 디프시크(DeepSeek)가 등장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1월, 디프시크는 적은 컴퓨팅 리소스로 기존 챗GPT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경량화된 LLM을 공개했다. 오픈AI가 500억 달러(약 73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AI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디프시크는 단 600만 달러(약 88억 원) 규모의 예산만으로 혁신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부 블록체인 기반 AI 프로젝트들은 디프시크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기술적 효율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프시크가 오픈소스 정책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결국 새로운 중앙화된 AI 지배 체계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 정부의 AI 시장 통제력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콘텐츠 검열 및 사용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업계가 진정한 AI 분산화를 실현하려면, 데이터 접근성 확대와 독립적인 AI 모델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선 완전한 탈중앙 AI가 실현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블록체인 기반 AI 프로젝트들이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으며 발전해 나갈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