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홍보한 리브라 코인, '펌프 앤 덤프' 논란에 탄핵 요구

리브라(LIBRA)라는 솔라나(SOL) 기반 밈코인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의 홍보로 급등한 뒤 급락하면서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밀레이 대통령은 2월 14일 X(구 트위터)에서 리브라 토큰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토큰 가격은 $4.50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0.20 아래로 폭락하며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아르헨티나 야당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고, 일부 프로젝트 관계자는 신변 위협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단순한 밈코인이 아니라 ‘비바 라 리베르타드(Viva la Libertad)’라는 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여러 인사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Kelsier Ventures의 헤이든 데이비스(Hayden Davis), 트레이더 마우리시오 노벨리(Mauricio Novelli), KIP 프로토콜(KIP Protocol) 대표 줄리안 페(Julian Peh), 그리고 스포츠 블로그 바스툴 스포츠(Barstool Sports) 설립자 데이브 포트노이(Dave Portnoy) 등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다.

밀레이 대통령이 리브라 토큰을 처음 접한 것은 202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노벨리 및 스페인계 아르헨티나 기업가 마누엘 테로네스 고도이(Manuel Terrones Godoy)와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며, 이후 KIP 프로토콜 대표 줄리안 페와 다시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0월, 밀레이 대통령은 KIP 프로토콜 팀과 면담을 가졌으며, 프로젝트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2025년 1월 데이브 포트노이가 데이비스와 접촉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포트노이는 데이비스가 과거 엔론(Enron) 토큰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해당 프로젝트가 ‘러그풀’(rug pull)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월, 밀레이 대통령이 리브라 토큰을 홍보한 직후 가격이 급등했다가 급락하며 광범위한 논란을 초래했다.

토큰 가격이 폭락하자 밀레이 대통령은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고, “나는 단순히 한 민간 프로젝트를 홍보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야당 의원 레안드로 산토로(Leandro Santoro)는 곧바로 대통령 탄핵 절차를 요구하며 “국제적으로 나라의 위신을 실추시킨 중대한 스캔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데이비스는 자신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다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밀레이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데이비스와 정부의 관련성을 강력 부인했고, 부패방지국과 특수조사팀을 구성해 해당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법무팀은 밀레이 대통령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며, 법적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밈코인의 규제 및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가 자체적인 코인을 발행한 바 있어, 암호화폐와 정치권의 결합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국가 수반이 특정 코인을 홍보한 뒤 논란이 된 사례로 기록되며, 향후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및 규제 당국의 시각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