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10개월 만에 최고치… 글로벌 금융 불안 속 한국 암호화폐 시장 주목

비트코인 가격, 해외보다 9.7% 높아… 미 관세 정책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일(현지 시각)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에 따르면,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한국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이 이날 오전 기준 9.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14일 1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프리미엄은 소폭 하락해 8.24%를 유지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 왜 발생하나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한국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낮은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한 후 국내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부의 자본 통제 정책으로 인해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이 제한되면서 이 같은 프리미엄이 지속될 수 있다.

트럼프發 관세 정책, 금융시장 불안 야기

최근 김치 프리미엄이 상승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고율 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 21억 달러(약 3조 698억 원) 이상의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다.

법적 이슈와 투자자 유의점

김치 프리미엄이 단순한 시장 현상을 넘어 법적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센트 법률사무소의 진현수 대표 변호사는 “김치 프리미엄은 자본 이동 제한, 외환거래 규제, 가상자산 송금 문제 등 다양한 법적 이슈와 맞물려 있다”며 “특히 해외 거래소를 통한 차익거래 시 외환거래법이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적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가상자산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들은 관련 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신중한 거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활발한 거래량

한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암호화폐 시장 중 하나로, 특히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블록에 따르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1,870억 달러(약 273조 원)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전 세계 중앙화 거래소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

김치 프리미엄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형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