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8일(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범위를 4.25-4.50%로 0.25%p 인하했다.
지난 9월 4년 여만에 이뤄진 0.5%p의 첫 금리인하와 11월 0.25%p 금리인하에 이은 세 번째 연속 인하 결정이다. 연준은 이번 결정을 통해 금리인상이 시작된 2022년 12월 수준으로 금리를 되돌렸다.
연준은 예상대로 기본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향후 추가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물가 진전이 더디고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2025년 금리인하 전망을 네 번에서 두 번으로 축소했다.
파월 의장 "금리인하, 어려운 결정"
연준은 2022년과 2023년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다가 지난 9월 4년 여만에 처음 0.5%p의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11월에도 0.25%p의 추가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물가가 2%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나친 긴축이 고용 시장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주요 물가 지표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낮은 실업률과 예상보다 강한 경제성장세가 확인되면서 금리인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서도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의 반대표가 있었다. 올초 연준에 합류한 해맥 총재는 금리동결을 주장했다. 지난 11월 회의에서는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가 금리인하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더욱 신중하겠다고 발언했다.
연준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는 정책 재조정을 위한 노력"이라면서 "오늘 결정은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와 정책이 모두 정말 좋은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현재 조건에서 더 이상 지나치게 긴축적일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정점에서 1%p 인하가 이뤄진 만큼 "정책 기조는 상당히 덜 긴축적인 상태"라며 금리인하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연준은 해당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꽤 빠르게 움직였고, 앞으로는 분명히 더 천천히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FOMC 성명 역시 "견조한 경제 성장, 낮은 실업률, 다소 높은 물가" 등 시장 상황에 대한 내용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금리 목표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점을 고려함에 있어서'라는 문구를 '금리 목표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함에 있어서'로 수정하면서 금리 조정 여부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표현 변화가 "내년 1월 28~29일 금리인하를 일시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혹시나'가 '역시나', 높은 물가에 늦춰진 완화 시계
개별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는 2025년에 단 두 차례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을 나타냈다. 내년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 9월 3.4%에서 3.9%로 상향됐다. 전 분기 예상했던 인하 횟수, 완화 규모의 절반 수준이 됐다.
2026년에는 두 차례, 2027년 한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금리속도가 늦춰지면서 2027년 최종금리는 이전 전망치 2.9%에서 3.1%로 올랐다.
202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전 분기 대비 0.5%p 상향 조정됐다. 다만 GDP의 점진적인 둔화를 예상하며 장기 전망치를 1.8%로 유지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4%에서 4.2%로 하향 조정됐으며, 내년 최고 4.3%까지의 실업률 상승을 예상했다.
반면, 더딘 진전을 보였던 물가와 근원 물가는 각각 2.3%에서 2.4%로, 2.6%에서 2.8%로 약간씩 상향 조정됐다. 연준은 2027년이 되서야 2%의 물가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 않는 '중립금리'의 장기 전망치는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다. 전 분기 대비 0.1%p 높은 3%로 제시됐다.
연준 의장 "트럼프 정책 평가는 아직"
이번 분기별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발표됐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 관세 인상, 불법 이민 단속 같은 공약은 모두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경제 전망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추가하고 있다.
한편, 파월 의장은 통화당국 인사들이 새 행정부의 예상 정책 효과에 대한 매우 조건적인 추정치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연준 의장은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행됐는지 실제로 확인했을 때만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아직 그 단계에 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느려진 완화 주기에 풀죽은 시장...증시·암호화폐 '뚝'
연준 의장 기자회견 이후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크게 약화됐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채권·유동성 솔루션 글로벌 공동 책임자인 휘트니 왓슨은 "연준이 올해를 세 번째 연속 금리 인하로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새해 목표는 완화 속도를 더욱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면서 "1월 금리인하를 건너뛰고, 3월에 완화 주기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1월뿐 아니라 5월까지도 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 점도표와 달리 내년 두 번이 아닌 한 차례의 금리인하만 반영하고 있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시장은 모두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2.58%, S&P500 지수는 2.95%, 나스닥 지수는 3.56%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암호화폐 시장도 크게 휘청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9일 9시 23분 기준 비트코인은 5.35% 하락하며 10만756달러까지 내려왔다. 이더리움은 6.27% 하락한 3649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