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암호화자산시장규제법안(MiCA, Markets in Crypto-Assets)'이 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업계와 정책입안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법안 표결에 앞서 메이어드 맥기네스(Mairead McGuinness) 유럽연합 금융안정 담당 집행위원은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서 유럽연합이 다른 국가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회는 오늘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정 법안을 승인하게 된다"면서 "유럽연합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 안정성과 시장 무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iCA 협상을 이끌었던 스테판 버거(Stefan Berger) 의원은 "MiCA는 유럽연합이 토큰 경제의 선두에 서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암호화폐 산업은 미국 같은 다른 국가에 없는 규제 명확성을 가지게 됐다"면서 "FTX 붕괴로 손상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MiCA는 산업이 함께 직면한 과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이라면서 "이제 암호화폐 거래소가 유럽연합에서 운영하기 위한 명확한 게임 규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18개월 동안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제에 적응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회의 MiCA 채택은 암호화폐 규제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포괄적인 규제 체계가 암호화폐 산업이 유럽 시장에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신을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미니 거래소 공동 설립자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는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회의 MiCA 승인 사실을 공유하며 미국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규제 명확성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처럼 중요한 기술과 혜택에 뒤처지는 것을 보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수잔 프리드먼(Susan Friedman) 리플 국제정책 담당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지 않고 집행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유럽연합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접근을 통해 큰 진전을 이뤘다"며 "유럽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시장 폭락과 대형 기업 파산에 전 세계 당국이 규제 필요성을 촉구하는 가운데, 유럽연합은 MiCA를 통해 뚜렷한 규제 지형을 조성하고 있다.
2020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MiCA는 20일 의회 표결에서 찬성 517표, 반대 38표, 기권 18표로 최종 승인을 얻었다.
MiCA의 목적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따를 공통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수립하는 데 있다.
MiCA에 따르면 암호화폐 기업은 유럽연합 회원국 한 곳에 등록해야 하며, 유럽증권시장청(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과 유럽은행청(European Banking Authority)의 감독을 받는다.
유럽연합 이사회 승인만 받으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법적, 언어적 검토를 수행하고 법안을 유럽연합 공식 관보에 게재하는 절차도 남아있다.
유럽증권시장당국청(ESMA)도 트위터를 통해 "MiCA에 따른 2차 법안 초안 작성 일정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 암호화폐 투자는 소비자에게 안전장치가 제한적인 위험한 시도"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FTX 붕괴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프레임워크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면서 MiCA II 작업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유럽의회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고객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자금이체(Transfer of Funds) 규정 법안도 찬성 529, 반대 29로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