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은 STO 발행을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지원하는 증권형 토큰의 명칭을 “토큰 증권”이라고 명명하였다. 왜 굳이 “증권형 토큰”이 아닌 “토큰 증권”이라고 하였을까.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번 STO 가이드라인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가상자산이 아니라 증권이기 때문이다. 즉 가상자산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의미의 증권이지만, 블록체인 상의 토큰 형태로 발행되는 금융상품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대상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증권은 크게 두가지 규율 체계가 있다. 발행과 유통이 그것이다. 발행은 증권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고, 유통은 증권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작업이다. 만약 토큰 증권이 기존 증권과 다를 바가 없이 자본시장법 상의 규율을 다룬다면,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 또한 기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
금융 당국은 현행법상 6가지 증권이 모두 토큰 형태로 발행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자본시장법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견해는 타당하다.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기 이전 증권법은 이른바 “유가증권 법정주의”를 따랐기 때문에, 증권은 특정한 형태 (주로 종이로 인쇄된 주권) 로만 발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원칙적으로 형태와 무관하게 상품의 성질이 증권에 해당한다면 법률 상 증권에 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토큰 형태라 하더라도 자본시장법 상 증권이 될 수 있음은 명백하다. 이번 STO 가이드라인도 이러한 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 토큰 증권을 어떻게 취급하고, 발행과 유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난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증권의 “무권화” 개념이다. 종이로 된 증권은 이중양도의 문제 가능성이 적다. 누구든지 증권을 들고 있으면 해당 증권의 권리 소유자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종이로 된 증권이 아닌 경우에는 이중양도의 문제가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권리 양도는 의사표시만으로도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양도한 이후 제3자에게 재차 양도한다면, 누가 진정한 양수인인지 문제가 되는데, 이를 이중양도의 문제라고 한다.
다만 현대 자본시장에서는 종이로 된 증권을 일반적으로 발행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증권은 전자적인 형태로 발행되고 유통되는데 이를 무권화라고 한다. 현행 법 상 일반적인 증권은 이러한 문제를 전자증권법 제도로 해결하고 있다. 문제는 전자증권 제도 상 “토큰 증권”은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향후 토큰 증권의 발행을 허용하면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규율체계를 정비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토큰 증권에 대해서도 전자증권법을 적용하여, 전자증권과 마찬가지로 무권화에 따른 권리 추정력 및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부여한다. 또한 전자증권법에 다른 계좌부 기재와 동일한 효력을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에 부여한다. 이처럼 분산원장 기록만으로도 전자증권법에 따른 장부 기록을 인정한다면, 블록체인 메인넷의 활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분산원장 기록을 위하여 별도의 수수료인 가스비가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을 것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제약 조건을 충족하는 메인넷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새로운 법률은 직접 토큰 증권을 등록 및 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도입하도록 했다. 현행 법제에서는 증권사를 통해야만 증권을 전자등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전자증권법을 개정하면,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직접 증권을 등록할 수 있다. 이를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라 한다. 발행인 계좌 관리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기자본, 물적설비, 대주주, 임원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나아가 법조인, 증권사무 전문인력, 전산 전문인력 각 2인씩의 인력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식의 직접 전자증권 등록은 제약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증권법에 따른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은 상당한 자본력을 구비해야만 도전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른 해소 방안으로는 단기적으로는 사모 발행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증권의 사모 발행이란 공모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공모란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증권을 모집(새로 발행) 또는 매출(기존 증권 매도)하여 증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에 비해 사모는 특정한 개인 또는 기관에 증권을 인수하는 것으 의미한다. 공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청약을 권유 받는 자가 50인 이상인지로 판단한다. 다만 증권의 발행 당시에는 청약의 권유 대상자가 50인 미만이더라도 발행후 1년 이내에 50인 이상에게 양도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서 전매기준에 해당되는 경우 모집으로 간주된다.
현재의 토큰 증권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사모 기준이 우선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특히 STO로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별도의 전매 기준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투자계약증권 성질의 토큰 증권은 50인 미만에게 권유할 경우 지금이라도 발행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금융 당국은 토큰 증권의 전매 기준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 개정을 예고하고 있으므로,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본 칼럼 또는 기고문은 토큰포스트 기조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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