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바로 쓰는 코인'을 내세운 다날의 암호화폐 페이코인(PCI)의 실용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5% 할인 이벤트를 이용하려 종종 구매하지만, 충전한 코인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커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페이코인은 다날핀테크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간편결제 코인이다. 페이코인 앱 내 이벤트를 통해 획득하거나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구입해 페이코인 앱 전자지갑에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페이코인은 전국에서 300만 사용자와 15만개 가맹점이 있다고 광고하지만, 사용처가 늘어나는 만큼 페이코인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결제수단으로서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 = 페이코인(PCI) 시세 변동 그래프 / 코인마켓캡
실제 코인마켓캡 기준 PCI 의 가격은 발행 이후 줄곧 400원 미만을 유지하다 지난해 2월 19일 급등해 2200원을 넘어섰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PCI는 지난해 4월 2일 3384.43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우하향했다. 21일 현재 PCI 가격은 개당 398.3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고점 대비 약 750% 하락한 수치로, 1년 6개월 만에 400원 미만을 유지하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사진 = 월별 소비자물가등락률 / 통계청
높은 가격변동성은 곧 화폐가치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비자물가등락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다.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법정화폐의 가격변동에 비하면 가상화폐 가격은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알기 힘들다.
일부 업체는 페이코인 결제 행사 시 바로 할인 적용이 아닌 추후 할인 금액을 지급하는 페이백 방식이기 때문에, 페이백 당시 PCI 환율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은 페이코인은 평소에 많이 충전해 필요할 때 활용하기보다 할인행사가 있을 때 페이코인을 소량 구매해 거의 모두 사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코인 사용자 권모씨(32)는 "가끔씩 할인행사를 할 때마다 페이코인으로 피자나 간식을 산다"며 "할인율이 크니 괜찮지만, 가격이 금방금방 바뀌다 보니 물건값에 딱 맞게 구매할 수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승할 경우 다른 상품을 추가 구매할 수 있다는 장·단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고객의 손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인행사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편의점·식음료(F&B)·카페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각종 결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한 예로 지난 2019년 6월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페이코인 프로모션 실적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달 21일 페이코인으로 결제 시 배달 50%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페이코인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유저인데, 페이코인은 유저(사용자)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회성 소비를 유발하는 할인행사와는 별개로, 제휴 업체들이 할인 행사를 중단했을 때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페이코인을 사용하게 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페이코인의 가장 큰 문제는 결제대행사(PG)라는 플랫폼을 가진 핀테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저가 생길 거라 오판한 점이라 생각한다"며 "PG는 가맹점이 사용하는 플랫폼일 뿐, 그것 자체로 유저 유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코인도 활용처를 넓히려고 지난해 업무 협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많이 맺었지만, MOU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며 "페이코인 가격은 점점 떨어지는데 페이코인은 이를 타개할 솔루션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페이코인의 평상시 이용률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단, 할인 행사를 열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가 몰리고, 매장 매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페이코인 결제 행사는 다날핀테크가 행사 비용을 부담하거나 일부 제휴 업체들의 경우 가맹점 할인 금액을 본사가 부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