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날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페이코인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페이코인은 전자결제대행업체 다날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페이코인을 발행한 스위스 법인 페이프로토콜 에이지(이하 페이프로토콜)는 다날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페이코인 역시 다날이 과반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페이코인의 사업 구조는 기본적으로 다날이 중간에 정산을 담당하는 일종의 '선불전자지급수단' 형태였다. 사용자가 미리 충전한 페이코인을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결제에 사용된 페이코인은 다날이 관리하는 지갑으로 전송된다.
가맹점이 원화 정산을 원하면 다날은 지갑에 저장된 페이코인을 다날핀테크에 매도해 원화로 바꿔 가맹점에 지급한다. 다날핀테크는 다날로부터 받은 페이코인을 장외거래를 통해 원화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페이코인이 사용자→페이프로토콜→다날→다날핀테크로 흘러가는 구조다.
원화는 이 흐름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와 가맹점으로 전달된다.
사진 = 페이코인의 기존 결제 시스템 / 금융위원회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페이프로토콜은 해당 시스템을 토대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영업신고를 접수했다.
FIU는 지난 4월 페이프로토콜의 영업신고를 수리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이하 실명계좌)을 받아오라는 조건을 달았다. 페이프로토콜의 사업 구조에 가상자산과 법정화폐인 원화를 교환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였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페이프로토콜 유통 구조에서 관계사인 다날과 다날핀테크의 개입을 제외할 것을 주문했다. 페이프로토콜의 PCI 결제 사업 구조에서 모회사인 다날과 다날핀테크가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형태를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페이프로토콜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수리하며 "심사 과정에서 지급 결제의 사업구조 등을 함께 살펴본 바 계열사들도 결제에 사용된 가상자산을 유통 과정에서 매도 및 매수하고 있어 신고가 필요한 가상자산 사업자로 판단된다"며 "현행 사업구조로 지급결제 영업을 계속하려면 계열사도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해야 하며, 위반시 형사벌 또는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페이프로토콜은 결제와 유통 과정에서 다날과 다날핀테크를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한 뒤 신고했다.
다날이 변경한 새 결제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지만, 다날 관계자는 "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제 시스템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페이프로토콜은 기존의 '가상자산 지갑·보관사업자'에서 '가상자산거래사업자'로 변경한 뒤 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 7월 7일 FIU가 심사를 무기한 유예하면서 페이코인의 제도권 진입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FIU에서 심사 유예 이후 다날과 계열사에 요구한 사항이 있는지 다날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현재 페이프로토콜은 규제에 맞춰 사업을 재정비할 때까지 영업활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지난 8월 12일 국회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다날핀테크 측은 "심사 기간 동안 신규 가맹점 영업·신규 서비스 도입·신규 고객 유치 등 마케팅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활동이 멈추자 페이코인 가격도 점차 내려갔다. 코인마켓캡 기준 페이코인(PCI)의 가격은 올해 1월 1일 1.205 달러(한화 약 1730원)였으나, 12일 오전 6시 현재 0.2845 달러(한화 약 410원) 수준으로 기존의 4분의 1 수준이다.
페이코인 가격 하락과 영업활동 중단은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날은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459억원, 영업손실 33억, 당기순손실 1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특히 페이코인 시세차익이 포함되는 무형자산처분이익은 46억원으로, 전년 동기 276억원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페이프로토콜의 코인 발행으로 페이코인 시세가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페이코인 백서 상 발행가능 총량(39억개)과 실제 발행된 물량(2억7000만개) 사이에 격차가 큰 만큼 페이프로토콜이 코인 발행으로 얻게 될 주조차익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날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심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의중이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