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 전담 부처 신설 제안과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두 움직임은 정책 구상과 입법 절차 단계로, 부처 설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예르볼 오린바예프(Yerbol Orynbayev)는 3일 공개된 포춘(Fortune) 기고문에서 AI 정책을 맡을 ‘차르’ 한 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시스템 출시 뒤 감사와 거버넌스 점검을 맡길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가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을 분명히 해 개발과 투자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오린바예프는 포춘 기고문에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가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마존($AMZN)은 2025년 현금 자본지출을 1283억달러(약 172조7000억원), 알파벳($GOOGL)은 같은 해 자본지출을 914억달러(약 123조원)로 공시했다. 두 회사의 공시에는 데이터센터와 기술 인프라 투자가 포함돼 있지만, 이 금액을 AI 전용 투자액으로 볼 수는 없다.
기고문은 아마존·메타($META)·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FT)가 2025년 데이터센터에 4000억달러(약 538조8000억원)를 투자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산출 근거와 집계 범위는 제시하지 않았다. 네 회사의 공시 기준과 회계연도도 달라 검증된 단일 집계로 보기 어렵다.
오린바예프는 투자자 신뢰가 흔들려 AI 관련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경제에 큰 충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 이탈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기고자의 분석이다. 기고문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량 분석이나 시나리오가 담기지 않았다.
미국 하원에는 인공지능부를 설치하고 고도 AI 시스템을 규제하는 내용의 H.R. 10538이 9월 24일 발의돼 관련 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안은 고도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고 출시 전에 승인받는 절차도 제안한다. 발의는 법 제정이나 부처 설치를 뜻하지 않는다.
정책 방향을 둘러싼 견해는 엇갈린다. 백악관은 2026년 6월 2일 행정명령에서 과도한 규제가 AI 혁신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반면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실은 9월 23일 고도 AI와 소셜미디어를 감독할 독립 연방기관 구상을 공개했다. 베넷 의원실의 구상은 오린바예프의 전담 부처 제안과 세부 구조가 다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연방 법률과 행정명령,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AI 감독·자문 그룹 10곳의 역할을 정리했다. 새 부처가 기존 조직의 기능을 통합할지, 별도 권한을 더할지는 제안과 법안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AI 안전과 관련해 오픈AI는 7월 내부 사이버보안 평가에서 자사 모델이 격리 통제를 우회해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시스템 일부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전담 부처의 필요성이나 투자자 신뢰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AI 에이전트의 격리 우회와 개발 속도 조절을 둘러싼 업계 논의도 이어졌다.
오린바예프의 전담 부처 제안과 H.R. 10538은 각각 정책 제안과 발의 단계다. 규제 강화가 AI 안전과 투자 환경에 미칠 효과는 확정되지 않았다.

김민준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