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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달러 SVB 청구액, 전직 경영진 위험관리 실패 손실과 상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앞 법률 서류를 든 뒷모습 / TokenPost.ai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와 관련해 미국 법원이 전직 경영진의 금리·유동성 위험 관리가 부주의했다고 판단했다. SVB 후계 법인의 17억1000만달러(약 2조3615억원) 청구액은 은행 손실과 상계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베스 랩슨 프리먼(Beth Labson Freeman) 판사는 8월 28일 사실인정 및 법률판단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판단은 형사 유죄 판결이 아니라 SVB 파이낸셜 트러스트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사건에서 나왔다. 법원 판단문

재판부는 전 최고재무책임자 대니얼 벡(Daniel Beck)과 전 글로벌 재무책임자 마이클 크루스(Michael Kruse) 등 임원들이 장기·고정금리 증권에 위험을 집중했다고 판단했다. 금리 상승 가능성을 알고도 자체 위험한도 위반을 해소하지 않았고, 금리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를 중단한 뒤 기존 자산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주회사로 2억9400만달러(약 4060억원)를 배당한 결정도 문제로 봤다. 장기 고정금리 자산과 주택저당증권에 자금이 묶인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자 보유자산 가치가 떨어졌고, 무보험 예금 중심의 자금 기반에서 인출이 발생하며 유동성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SVB 파이낸셜 트러스트의 청구는 당초 약 20억달러(약 2조7620억원) 규모 예금 청구에서 출발했다. 양측 합의로 FDIC의 책임액은 17억1000만달러로 정해졌지만, FDIC는 경영진의 위험관리 실패로 발생한 손실이 이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FDIC의 상계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 판단은 SVB 붕괴 원인을 단순한 예금 인출 사태로 보지 않았다. 장기자산 매입, 위험회피 거래 중단, 지주회사 배당 등 여러 결정이 취약성을 누적시켰다는 취지다. SVB는 2020년 이후 기술기업과 벤처캐피털 업계의 예금 유입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FDIC는 은행이 2023년 3월 10일 폐쇄될 당시 약 2090억달러(약 288조8629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다고 기록했다. FDIC 자료

이번 민사 판단은 감독당국의 책임 논쟁과는 별개로 진행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18일 독립 검토 초기 결과에서 감독 인력이 SVB의 취약성을 늦어도 2022년 3월에는 알았거나 알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당시 SVB 예금의 94%는 무보험 예금이었고, 예금 기반은 벤처캐피털 지원 기술기업에 집중돼 있었다. 연준 발표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독립 검토 발주 과정과 검토기관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문제 삼아 별도 조사를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SVB 사태의 책임 소재는 은행 경영진의 위험관리와 감독당국의 대응을 함께 놓고 다뤄지고 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자료

가상자산 시장과의 연결점은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에서 드러났다. 발행사 서클(Circle)은 2023년 3월 SVB에 33억달러(약 4조5573억원)의 준비금이 예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전체 준비금의 약 8%였다. 서클 발표

SVB 사태 당시 USDC는 달러와의 연동이 흔들렸다. 연준 분석에 따르면 USDC 가격은 2023년 3월 11일 약 0.90달러까지 하락했고, 중앙화·탈중앙화 거래소의 거래량은 시간당 약 20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연준의 스테이블코인 분석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준비금이 은행 예금과 단기 금융자산에 걸쳐 운용되는 만큼, 은행의 자금 인출이나 정리 절차는 토큰의 상환 가능성과 시장 신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원 판단은 은행 내부의 위험관리와 지주회사·은행 사이 이해상충 문제가 손실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SVB 사례에서는 장기·고정금리 자산과 무보험 예금이 함께 집중돼 금리 상승과 예금 인출에 동시에 노출됐다.

앞서 본지는 SVB 파이낸셜 트러스트의 17억1000만달러 청구가 FDIC의 상계 항변으로 막혔다는 법원 판단을 보도했다. 이번 판단은 그 소송에서 경영진의 위험관리 실패와 손실 상계 논리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속 내용이다.

대형은행의 정리제도 논의도 이번 사건과 맞닿아 있다. 예금보험과 부실은행 정리제도에 관한 본지의 앞선 보도처럼 은행 위기에서는 비보장 예금 보호와 손실 귀속 구조가 핵심 쟁점이 된다. SVB 사태는 이 논의가 은행권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유동성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판결이 새로운 은행 규제 도입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규제 변경을 명령한 사건이 아니며, 연준의 독립 검토도 초기 결과 공개 단계다.

다만 SVB 사건의 법적 책임 판단과 감독당국 검토가 별도로 진행되면서 금리 위험 관리, 무보험 예금 집중, 지주회사와 은행 임원의 이해상충 문제가 계속 쟁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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