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500 구성 종목의 약 45%가 최근 3개월 기준 음의 베타를 보였다. 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만 개별 종목의 움직임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시장 구조가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분석에서 S&P500 종목의 약 45%가 3개월 기준 음의 베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CNBC 자체 집계에서는 음의 베타 종목 비중이 3개월 기준 약 40%, 1년 기준 17%로 집계됐다.
음의 베타는 개별 종목의 수익률이 시장 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뜻한다. 베타가 음수라는 것은 지수가 오를 때 해당 종목이 하락하거나, 지수가 내릴 때 상승하는 움직임이 일정 기간 나타났다는 의미다.
S&P500은 유동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된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일부 대형 기술주와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이면 개별 종목이 부진해도 지수는 오를 수 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스도 S&P500을 유동 시가총액 가중 지수로 설명한다.
애덤 턴퀴스트(Adam Turnquist) LPL Financial 수석 기술전략가는 “소수의 초대형주만 움직여도 비중이 작은 종목 상당수는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수 상승이 구성 종목 전체의 동반 상승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래들리 크롬(Bradley Krom) 위즈덤트리 투자전략 디렉터는 베타가 상관관계와 변동성의 함수라고 설명했다. 종목별 움직임이 서로 다른 시점과 이유로 발생하면 지수 수준에서는 상승과 하락이 서로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내부의 괴리는 고점과 저점 흐름에서도 확인됐다. S&P500이 하루 1.5% 상승한 날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30개였지만 신고가 종목은 7개에 그쳤다.
제이슨 괴퍼트(Jason Goepfert) 센티멘트레이더 대표는 S&P500이 1% 이상 오르고 신고가에 근접한 상황에서 신저가 종목이 신고가 종목보다 많았던 사례가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2026년 6월 30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S&P500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미국 주식 비중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사와 하드웨어 기업, AI 인프라 관련 기업에는 대규모 자본지출이 유입됐지만 AI 투자 흐름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업종도 별도의 흐름을 보였다. 고유가와 에너지주 강세가 다른 업종의 약세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에너지주가 음의 베타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버코어 ISI는 6개월 기준 음의 베타를 보인 S&P500 종목 115개를 분석했다. 해당 목록에는 에너지·유틸리티·필수소비재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현상을 1999~2000년 닷컴 버블과 단순 비교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당시와 달리 현재의 대형 기술기업은 매출과 제품을 갖춘 성숙한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크롬은 최근 음의 베타 확대가 시장 집중도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소수 대형주에 지수 상승이 집중될수록 지수와 개별 종목의 움직임이 갈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수는 강하지만 구성 종목의 상당수가 장기 이동평균선을 밑도는 현상은 앞서 본지에서도 다뤄졌다. 시장 폭을 보여주는 지표는 집계 대상과 산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수 수준만으로 시장 내부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은 같다.
이번 현상은 S&P500 상승률만으로 시장 전반의 체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수 방향과 함께 음의 베타 비중, 신고가·신저가 종목 수, 시가총액 집중도를 함께 살펴야 시장 내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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