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 'KBW2026' 무대에서 "강세장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고 내려온 톰 리(Tom Lee)가 토큰포스트 부스를 찾았다. 한국계라고 들었다는 인사에 그는 이렇게 받았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100% 한국인이죠."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이자 월가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강세론자. 지금은 세계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의 이사회 의장이다. 한국 독자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두 문장으로 끝냈다. "톰 리입니다. 비트마인 의장이고, 우리는 세계에서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입니다."
10분이 채 되지 않은 인터뷰 내내 답은 그렇게 짧았다. 그리고 거의 매번 숫자가 들어 있었다.
"15개월 중 12개월이 약세장이었다"
초창기부터 크립토 강세론을 굽히지 않은 그에게, 하락장에서 비트마인을 이끄는 일이 스트레스는 아니었는지 물었다. 이더리움이 부진할 때는 더 그렇지 않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감정을 말하는 대신 기간을 셌다.
"비트마인이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한 건 사실상 작년 6월부터입니다. 15개월이죠. 그 15개월 가운데 12개월이 약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약세장 속에서 비트마인을 운영해 온 겁니다."
그래도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더리움을 근본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주주들과 함께 이더리움을 많이 축적할 수 있도록 해 왔고, 약세장에서 600만 개를 살 수 있었습니다. 다음 강세 사이클을 앞두고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을 원하면 스트래티지, 이더리움을 원하면 비트마인"
이번 반등에서 이더리움은 주요 자산 가운데 가장 먼저 돌아선 축에 든다. 비트마인의 꾸준한 매수가 그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는 평가를 전하자, 그는 "이더리움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이라는 뜻이냐"고 되물은 뒤 놀랍지 않다고 했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를 보면 가장 큰 두 곳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 스트래티지)와 비트마인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원하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사고, 이더리움을 갖고 싶으면 비트마인을 삽니다. 우리는 전체 공급량의 거의 5%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보유자입니다."
"토큰화는 메가 스토리…월가는 이더리움을 택했다"
시장이 외면할 때도 이더리움을 계속 사들이는 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답은 두 가지였다. 로드맵, 그리고 토큰화다.
"아시다시피 이더리움에는 로드맵이 있고, 그들은 그것을 아주 사려 깊게 다뤄 왔습니다. 이더리움은 본질적으로 '세계의 컴퓨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의 로드맵과 업그레이드에 대해 늘 편안했습니다. 이제 이더리움은 인터페이스 문제와 속도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봅니다."
그는 자신이 10년, 12년 단위의 사이클로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다음 물결을 생각하면 토큰화는 메가, 메가 스토리입니다. 토큰화될 수 있는 자산이 200조 달러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월가가 이 일을 이더리움 위에서 하기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 앞선 세션에서도 전 세계 유동자산이 약 200조 달러인 데 비해 암호화폐 시장은 2조 달러에도 못 미친다며, 기존 자산의 일부만 온체인으로 옮겨와도 성장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훨씬 앞서 있다"
기관 채택은 어디까지 왔고, 주류가 되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었다. 그는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대신 나라마다 속도가 다르다고 답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 일본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실제로 훨씬 더 진행돼 있다고 봅니다. 나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상대해야 할 당사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에서 빠른 진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미국은 훨씬 복잡합니다. 금융 시스템이 워낙 크니까요. 그래도 일부는 이미 크립토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TF를 보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블랙록의 가장 큰 ETF 상품이 크립토 ETF입니다. 모두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속도가 다를 뿐입니다."
"한국은 AI의 제조 파트너…지금은 조정일 뿐"
화제를 한국 증시로 돌렸다. 글로벌 AI 랠리와 비교해 한국 AI 관련주의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었다.
"한국 증시는 놀라웠습니다. 지금은 조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조정으로 보느냐고 되묻자 그는 말을 이었다.
"이 흐름을 이끈 두 회사는 삼성과 SK하이닉스입니다. 이들은 전 세계 AI 구축 전체에서 핵심적인 파트너입니다. 한국을 AI의 제조 파트너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이 있고, 메모리가 있고, 칩이 있으니까요."
주가에 대한 평가도 분명했다.
"주가는 이익 성장의 수혜를 제대로 받고 있다고 봅니다. 멀티플은 아직 많이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도 TSMC나 샌디스크, 다른 미국 기업들과 똑같은 멀티플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점과 약점을 함께 물었지만 그는 약점은 따로 꼽지 않았다.
"저는 AI에 대해 강세입니다. 지금은 조정일 뿐이고, 큰 회복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한 달 안에 벌려고 한다면 시장은 친구가 아니다"
최근 하락에 실망한 한국 투자자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고객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라며 두 가지를 꺼냈다.
"첫째, 올바른 시간 지평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 한 달 안에 돈을 벌려고 한다면 주식시장은 당신의 친구가 아닙니다. 한 달 안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5년, 10년 앞을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는 레버리지였다.
"보유한 주식에서 강제로 밀려나지 않으려면 레버리지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빌려서는 안 됩니다. 크립토에 약세장이 오는 이유가 바로 레버리지 청산입니다. 어떤 시장이 심하게 조정받는 것도 차입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들에게 얼마나 빌리는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늘 조언해 왔습니다."
앞선 발표에서 "큰돈은 사고파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다.
"이더리움은 사상 최고가,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위"
마지막으로 연말 전망을 물었다.
"3분기, 그러니까 6월부터 9월까지 이더리움은 70%, 비트코인은 40% 올랐습니다. 4분기에는 더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다. 이더리움은 어렵지 않게 사상 최고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1만 달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두 자산 모두에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1만 달러는 그가 직접 제시한 목표가가 아니라 시장 일각의 전망을 전한 것이다. 질문에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흐름도 들어 있었지만, 그는 연말까지만 말했다.
가을의 서울, 그리고 다음 행선지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그는 KBW와 업비트가 여는 행사 등을 들었다.
"한국은 중요한 시장입니다. 금융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가 많고, 이들은 주식과 크립토를 크게 사는 매수자들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게 있는데, 이맘때가 참 좋습니다. 날씨는 가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대만에서 미팅을 가진 뒤 다음 주 월요일 토큰2049에 도착한다고 했다.
15개월 가운데 12개월을 약세장에서 보낸 회사의 의장이 한국 투자자에게 남긴 말은 두 가지였다. 길게 보라는 것, 그리고 빌리지 말라는 것.
이번 인터뷰는 9월 30일 KBW2026 행사장 내 토큰포스트 부스에서 톰 리 의장의 발표 직후 영어로 진행됐다. 답변은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말로 옮기고 일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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