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시스템과 분리된 채 확산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달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은 결제 혁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금융안정 위험을 함께 지적했다.
페트라 추딘(Petra Tschudin) 스위스국립은행(SNB) 이사회 위원은 30일 취리히에서 열린 행사에서 “결제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면서도 기존 2단계 금융시스템에 통합되지 않은 대형 스테이블코인이 커지면 중앙은행이 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발언을 전했다.
2단계 금융시스템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이 각각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결제 업무를 나눠 맡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이 이 체계 밖에서 결제와 자금 이동의 비중을 키우면 정책금리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추딘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시스템을 개선할 가능성도 인정했다. 국제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세계 각국으로 자금을 보내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업은행과 스테이블코인 사이에는 경쟁이 있다”며 “경쟁과 라이벌 관계 자체는 좋은 것이며 혁신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결제 효율과 경쟁 촉진은 스테이블코인의 긍정적 측면으로 제시됐다.
SNB는 스테이블코인이 약속한 액면가로 항상 상환되지 않을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스위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규모와 이용 수준이 낮아 현재 금융안정에 미치는 위험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은행 예금과 대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이 상업은행에 보유하던 자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기면 은행의 대출 재원이 줄고, 금리 변화가 차입 비용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통화정책 전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으로 널리 쓰일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와 신용공급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효율만이 아니라 금융시스템과의 연결 방식도 점검해야 한다. 특히 민간 발행 자산이 은행 예금과 경쟁할 경우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전달되는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SNB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과 별도로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은행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프로젝트는 최소 2028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CBDC는 일반 소비자가 보유할 수 없다. 은행 간 거래를 대상으로 하는 기관용 CBDC와 소비자 사용을 염두에 둔 소매용 CBDC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SNB는 소매용 CBDC에 대해서는 기대되는 이점보다 위험이 크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추딘 위원은 기관용 CBDC가 아직 활발하게 사용되는 단계는 아니라며 “아직 본격적인 도약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같은 디지털화폐로 묶기보다 금융시스템에서 맡는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혁신은 인정하되 통화정책 기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SNB의 기관용 CBDC 프로젝트는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 확산과 기관용 CBDC 실험이 금융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 분담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사안이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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