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 인력과 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미국 물가가 연방준비제도의 2% 목표로 돌아가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업들이 발표한 AI 투자 계획은 약 2조달러(약 2708조원)에 이르지만 실제 집행된 규모는 일부에 그쳤다.
리사 D. 쿡(Lisa D. Cook)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테크 위크 연설에서 “단기적으로 AI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물가가 2% 목표로 돌아가는 시점을 늦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투자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경제 전반의 비용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쿡 이사는 AI 관련 칩·컴퓨터·소프트웨어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데이터센터 투자가 건설 인력과 에너지 등 여러 산업이 함께 사용하는 투입요소의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특정 기술 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과 전력처럼 여러 부문이 공유하는 자원의 수요를 자극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발표한 AI 관련 투자 계획은 약 2조달러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집행된 규모는 일부에 그쳤다. 향후 계획된 투자가 본격적인 건설 단계로 넘어가면 노동력과 자재, 전력 수요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물가 지표에서도 관련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력과 수도 비용은 지난 1년 동안 각각 약 5% 상승했고, 올해 근원 상품 물가 상승률은 연율 기준 3%를 웃돌았다.
쿡 이사는 해당 상승분 전체를 AI 데이터센터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다만 데이터센터 확대와 관련한 AI 수요가 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봤다.
연방준비은행 연구도 데이터센터 확대와 물가의 연결고리를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소개한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연구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상대로 확대될 경우 2030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0.04~0.13%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예상보다 느려지면 물가 영향이 거의 두 배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추정치는 잠정적이며 실제 영향은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와 전력 공급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PCE 물가는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지표로,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중시하는 지표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력 가격을 통해 PCE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통화정책 판단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건설업과 전력산업의 수요를 동시에 늘리는 구조다. 서버와 냉각 설비를 설치하려면 전력망과 용수 인프라가 필요하고, 관련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는 건설 인력과 자재가 함께 투입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비용 부담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가 전력과 용수 문제로 확산된 사례는 AI 인프라 투자가 물가와 비용 문제를 넘어 지역 정책의 쟁점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장기적으로 물가를 낮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쿡 이사는 AI 생산성 향상이 향후 몇 년 동안 ‘완만한 디스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산성 개선 효과가 올해 후반 확대될 수 있는 물가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시기가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이다. 쿡 이사는 AI 생산성 효과의 규모와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연준은 9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올려 목표 범위를 3.75~4.00%로 조정했다. 표결은 12대 0 만장일치였으며, 쿡 이사의 28일 연설 당일 금리가 인상된 것은 아니다.
쿡 이사는 향후 금리 조정의 횟수와 폭이 정책 효과와 물가·고용 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전력 수요가 실제 물가 지표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연준의 다음 정책 판단에서 확인할 요인으로 남았다.

정민석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