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물동량 회복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물량은 늘었지만 선박 간 환적과 우회 항로 의존도가 높아 정상적인 공급망이 복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9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7.37달러(약 14만6000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31달러(약 12만8000원)에 거래됐다.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차이에는 미국의 디젤 수출 제한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 물량이 늘고 있지만 운송 방식이 정상화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 소비지까지 원유를 보내는 과정에서 추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은 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Kpler는 9월 중동 산유국의 호르무즈발 원유 수출량을 하루 1280만 배럴로 추정했지만, 유조선 위치정보를 활용한 통상적인 추적에서는 운항이 여전히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이 위치정보 송출을 끄는 ‘다크 모드’ 운항과 선박 간 환적이 일반적인 추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가 조작되거나 꺼질 경우 운송량 집계가 불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후티 반군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이후 원유를 오만 인근 해역으로 옮긴 뒤 대형 유조선에 다시 싣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직접 운송과 비교해 선박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로이터는 선박 간 환적 대기 행렬이 길어지면서 작업 시간이 기존 5~7일에서 약 10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환적 지연은 원유가 선적지에서 소비지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리는 요인이다.
팀 워터러(Tim Waterer) KCM Trade 애널리스트는 “걸프 지역에서 수출 물량이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선박 간 환적 같은 우회 방식에 의존한다”며 “정상 운항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자체보다 실제 운송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하루 평균 760만 배럴로, 분쟁 이전보다 131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항구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을 통한 우회 수출이 일부 공급 손실을 상쇄했지만 해협을 통한 흐름은 이전 수준을 밑돌았다.
EIA는 2026년 2분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석유제품 운송량을 하루 490만 배럴로 집계했다. 2025년 4분기 하루 2160만 배럴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다만 Kpler의 9월 추정치와 EIA의 2분기 집계는 기준 기간과 산정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앞서도 호르무즈 통항 수치와 미국 집계의 기준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2025년 기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통과한 주요 해상 수송로다.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가 이 해협을 지나며, 통과 물량의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대체 송유관의 여유 용량은 하루 350만~550만 배럴로 추정된다. 해협을 통한 운송이 줄어들 경우 다른 항구와 송유관으로 일부 물량을 돌릴 수 있지만, 현재 확인된 수치만으로 전체 공급망의 정상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호르무즈발 물량 회복은 공급 부족 우려를 일부 낮추지만, 환적 대기시간과 유조선 운임 상승은 원유의 실제 공급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명목 물동량과 정상 운항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 흐름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뿐 아니라 환적 방식, 유조선 운임, 홍해 우회 수출 여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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