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MOVE 지수가 이틀 만에 약 35% 상승하면서 인공지능(AI) 중심 위험자산 강세장이 디레버리징 시험대에 올랐다. 국채 변동성과 금융주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차입 투자자의 포지션 축소가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클 하트넷(Michael Hartnett)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최근 분석에서 미국 국채 변동성을 나타내는 MOVE 지수 상승이 국채를 핵심 담보로 활용하는 금융 시스템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블록비츠가 29일 전했다.
하트넷은 MOVE 지수가 125를 웃도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주 ETF인 IXG가 125달러를 밑돌면 시장이 더 광범위한 '위험 회피형 디레버리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조건이 동시에 나타나는지가 핵심 기준이다.
MOVE 지수는 미국 국채시장의 예상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오르면 국채 가격과 금리의 움직임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투자자의 증거금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디레버리징은 차입을 활용한 투자자가 보유 자산과 부채를 줄이는 과정이다. 담보 가치의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는 채권뿐 아니라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까지 매도해 차입 규모를 낮출 수 있다.
하트넷의 분석은 금리 상승만으로 AI 강세장이 끝난다고 보지는 않는다. 장기 금리 상승과 금융주 약세가 함께 나타나 금리가 경기 확장 신호가 아니라 유동성과 신용 여건을 조이는 요인으로 바뀌는 상황을 위험 조합으로 제시했다.
장기 금리는 AI 관련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기업가치 산정에도 영향을 준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고, 차입 부담이 큰 기업일수록 금융 여건 변화에 민감해질 수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5.2%를 웃돌며 2007년 이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금융주가 버티는지, 국채 변동성이 진정되는지가 위험자산 흐름을 판단할 기준으로 제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9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에서는 '채권 수익률의 무질서한 상승'이 가장 큰 꼬리위험으로 꼽혔다. 응답자의 33%가 이를 최대 위험으로 지목했고, AI 거품을 꼽은 비율은 28%였다.
조사 결과는 시장의 경계 대상이 AI 투자 자체에서 채권시장과 금융 여건으로 넓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수치는 펀드매니저들의 위험 인식을 나타내는 조사 결과로, 실제 디레버리징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현재 분석은 디레버리징이 이미 발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정 조건이 겹칠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MOVE 지수 상승만으로 위험 회피형 디레버리징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금리 상승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단계라면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될 수 있다. 반대로 금융주가 약세를 보이면 시장은 금리 상승을 신용 여건 악화와 유동성 축소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MOVE 지수와 미 10년물 국채 금리를 연방준비제도 완화 가능성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분석도 나왔다. 이번 분석은 여기에 금융주 ETF 움직임을 결합해 위험 회피형 디레버리징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리 압력이 완화되면 대형 기술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따라서 향후에는 MOVE 지수와 IXG의 동시 움직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방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하트넷은 채권 변동성이 낮아지고 금융주가 안정되는지, 장기 금리가 고점을 형성하는지를 AI 관련 위험자산의 주요 관찰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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