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2028년 이후 유럽연합(EU)의 가스 저장 목표 체계를 폐지하거나 실제 가스 수요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능력을 기준으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현행 저장 목표가 저장시설 규모가 큰 네덜란드에 과도한 비용을 안긴다는 이유에서다.
네덜란드 정부는 25일 전략적 가스 정책 서한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네덜란드는 현행 EU 규정을 즉시 거부하는 대신 2027년 말 이후 에너지안보 체계 개편 과정에서 저장 목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2026~2027년 가스 저장을 위해 최대 80TWh를 비축하고 최대 9억9300만유로(약 1조5342억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실제 집행액이 아니라 지원 가능한 상한액이다.
현행 EU 규정은 회원국이 원칙적으로 매년 10월 1일부터 12월 1일 사이 저장시설을 90% 수준까지 채우도록 요구한다. 시장 상황이 나쁘면 목표를 일부 낮출 수 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가 조정을 허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올해 겨울 저장 목표를 115TWh에서 93TWh로 낮췄다. 저장시설 기준 충전율은 74%에서 64%로 조정됐으며, 목표 달성 기간은 10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다.
네덜란드 정부는 평균적인 겨울이라면 93TWh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5개 겨울의 저장가스 평균 사용량은 약 70TWh였다.
가스망 운영사 Gasunie는 저장 목표 하향이 곧바로 공급 부족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추운 겨울에 대한 대비 수준은 낮아진다고 밝혔다. 기존 115TWh 목표는 최근 30년 중 가장 추운 겨울의 가스 수요를 기준으로 설정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향후 가스 공급업체가 가정과 가스발전소 등 보호 대상 소비자에게 공급할 물량 일부를 저장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간 5TWh 규모의 공공 전략 비축도 추진하며, 이 물량이 공급 차질 때 약 2주간 국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저장시설 규모가 국내 소비량보다 큰 국가다. 저장된 가스가 다른 EU 회원국과 해외 수요에도 활용되지만, 관련 비용을 다른 국가나 외국 구매자에게 분담시킬 근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네덜란드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LNG 수입터미널 확대와 가스 수요 감소로 계절 저장의 역할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봤다. 다만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비축은 유지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 에너지 소비자 단체 VEMW는 현행 EU 저장 목표가 비용을 높이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며 네덜란드 정부 구상을 지지했다. 공급업체에 저장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소비자 보호에 더 정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시장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저장 목표 완화가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겨울철 공급 안정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저장률은 겨울철 전체 수요가 아니라 저장시설 용량 대비 가스가 얼마나 채워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앞서 네덜란드가 겨울철 가스 저장 목표를 115TWh에서 93TWh로 낮춘 조치가 전해졌다. 당시에도 EU의 가스 저장 의무 자체는 폐지되지 않았고, 90% 목표를 10월 1일부터 12월 1일 사이에 달성할 수 있도록 기간을 넓힌 규정이 적용됐다.
네덜란드의 제안은 현행 규정을 따르면서 차기 제도 개편 방향을 요구하는 단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현재 가스 공급안보 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으며, 저장 목표 폐지 또는 수요 기준 전환이 새 규정에 반영될지는 향후 논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서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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