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이 22일 갤런당 6.527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터 시프(Peter Schiff) 유로 퍼시픽 자산운용 글로벌 전략가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기업 부담과 물가 압력을 키워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프는 23일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은 경제에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며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뿐 아니라 에너지와 관련된 상품·서비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디젤 가격 상승이 농업과 운송 부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젤은 농기계와 화물 운송에 널리 사용돼 가격 변동이 생산·운송 비용을 통해 상품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터 시프는 트럭 대부분이 디젤을 사용한다며 가격 상승이 거의 모든 상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디젤 가격을 단순한 주유비가 아니라 기업 비용과 소비자물가를 잇는 변수로 본 것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미국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이 22일 갤런당 6.527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이후 가격 흐름은 고점 부근에서 움직였다.
디젤은 농업과 화물 운송의 주요 연료로 쓰인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면 농가의 농기계 운용비와 운송업체의 연료비가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시프는 지정학적 긴장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도 물가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단행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했고 정책 대응이 늦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감소도 추가 변수로 제시됐다. SPR은 공급 차질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해 미국이 보유하는 원유 비축분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SPR 재고는 9월 18일 기준 2억8455만2000배럴로 집계됐다. 1년 전 4억600만배럴보다 1억2144만8000배럴 줄어든 규모다.
시프는 미국이 유가를 낮추기 위해 비축유를 계속 방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향후 비축유를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원유 수요가 늘면 국제 유가에 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와 물가가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실업률이 오르고 소비 지출이 줄어 경기 성장이 둔화하면 Fed가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로 대응할 수 있지만, 시프는 유동성 확대가 소비자물가와 에너지 비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정유시설 생산능력을 확대해 연료 비용을 낮추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시프는 지정학적 위험과 공급망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의 위험 프리미엄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지역의 운송 위험과 원유 운송 경로 변화가 국제 유조선 운임을 끌어올린 사례처럼, 에너지 가격은 공급망과 운송 여건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본지는 앞서 중동 해운 리스크로 국제 유조선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디젤 가격 상승은 농업·물류 비용뿐 아니라 물가와 통화정책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시프의 경기 전망은 개인 분석에 따른 것으로 실제 경기 흐름과 정책 대응은 추가 지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미국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은 24일 갤런당 6.5141달러로 소폭 내렸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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