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영 에너지기업 오를렌의 스위스 자회사 OTS가 베네수엘라산 원유 약 600만 배럴을 사려고 2억3000만달러(약 3098억원)를 선급했지만, 계약 물량 대부분을 받지 못했다. 달러를 USDT로 바꾸는 과정에서 중개업체 간 분쟁이 불거졌고, 선급금 회수와 계약 책임을 둘러싼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1월 OTS는 두바이 원유 거래업체 해넌과 베네수엘라산 메레이 16 원유 약 600만 배럴을 사는 3억4500만달러(약 4647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TS가 계약 대금의 약 3분의 2를 선급했다고 보도했다.
해넌은 받은 달러 일부를 USDT로 바꿔 베네수엘라 공급망에 지급하려 했다. FT 보도에서 해넌은 호라이즌 글로벌에 1억3500만달러를 보냈지만 8500만USDT만 받았다고 주장했고, 호라이즌은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달러를 중개업체에 보냈거나 USDT로 바꿨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공급처에 대금이 전달됐다고 볼 수는 없다. 로이터통신은 PDVSA 관계자들이 관련 대금을 받지 못해 오를렌이나 중개업체에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급 지연은 선박 비용으로도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로 예정됐던 유조선 6척의 선적이 3월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오를렌 관계자가 하루 약 60만달러(약 8억820만원)의 체선료가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체선료는 선박이 정해진 시간 안에 화물을 싣거나 내리지 못해 추가로 내는 비용이다.
OTS가 계약 물량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FT는 OTS가 이후 연료유 약 50만 배럴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계약한 원유 약 600만 배럴과 차이가 컸다.
거래가 추진되던 때는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조치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2024년 4월 기존 허가를 대체하고 5월 31일까지 거래를 정리하도록 했다. 선적 지연과 결제 경로 분쟁이 겹치면서 OTS는 계약 종료와 선급금 회수 문제를 함께 다루게 됐다.
오를렌은 2024년 4월 공시에서 자회사가 납품 지연에 따른 환급을 요청했지만 선급금이 기한 안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3년 연결재무제표에 약 16억즈워티(약 56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주된 요인은 선급 자산 손상이었다.
호라이즌을 상대로 한 회수 절차도 진행됐다. FT는 OTS가 런던 중재에서 유리한 결정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실제 회수는 판정을 집행할 자산이 있는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오를렌이 2025년 호라이즌과 1억달러를 분할 상환하는 합의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중재 판정과 실제 회수는 별개의 절차다.
해넌 측 변호인 데이비드 매코이는 해넌이 거래 실패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폴란드 검찰이 전직 경영진 3명을 기소했으며 이들이 부당행위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책임과 선급금 회수 문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서는 달러 송금, USDT 전환, 최종 공급처의 대금 확인, 실제 선적이 각각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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