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USDT) 공급이 늘어도 이더리움(ETH) 기반 탈중앙화 금융(DeFi) 수요가 함께 커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더리움에서 스마트계약이 보유한 USDT 비중은 2021~2022년 20%를 웃돌았지만 2024년 말 약 10~15%로 낮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5일 발간한 워킹페이퍼 1377호에서 이더리움과 트론(TRX)의 USDT 보유 구조를 비교했다. BIS는 온체인 지표를 경제활동의 직접 측정치가 아니라 '노이즈가 있는 근사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BIS 워킹페이퍼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보유 비중은 2022년 20%를 넘은 뒤 2024년 말 약 10~15%로 낮아졌다. 이후 테더 발행량이 크게 늘었지만 스마트계약 보유 비중은 함께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스마트계약에 보관된 USDT의 절대 규모가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전체 발행량에서 스마트계약이 보유한 비율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공급 증가만으로 DeFi 프로토콜에 유동성이 유입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트론의 구조는 달랐다. 스마트계약이 보유한 USDT 비중은 연구 기간 대부분 약 1%에 머물렀다. BIS는 트론에서 USDT가 스마트계약 밖에 더 많이 보관됐으며, 거래나 가치저장 목적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에서는 스마트계약 보유분이 유동성 공급과 거래, 담보 제공 등 DeFi 활동과 더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트론의 USDT는 상대적으로 결제성 거래나 가치저장, 거래소 보관과 관련된 용도가 더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주소 유형만으로 실제 사용 목적을 확정할 수는 없다. 스마트계약 주소에는 브리지와 래퍼, 수탁 서비스가 포함될 수 있다. 외부 소유 계정 역시 개인 보관뿐 아니라 결제, 송금, 거래소 보관에 사용될 수 있다.
BIS는 이더리움과 트론의 USDT 데이터를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USDT라도 어느 체인에 발행됐는지, 어떤 주소에 보관됐는지에 따라 경제적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계약 보유 비중은 토큰이 어떤 유형의 주소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반면 DeFi 총예치금(TVL)은 특정 DeFi 프로토콜에 예치된 자산 규모를 집계한다. 두 수치는 서로 다른 대상을 측정하므로 직접 같은 의미로 볼 수 없다.
이번 연구는 비트코인(BTC)·이더리움·트론의 온체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래와 토큰 보유량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블록체인 데이터가 공개돼 있어도 기술 구조와 주소 분류 방식에 따라 경제활동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BIS는 이더리움과 트론의 USDT 잔액을 전송 이벤트 로그를 통해 재구성했다. 스마트계약 배포 여부를 기준으로 주소를 분류하고, 민팅·소각·블랙리스트 주소에서의 파괴 이벤트를 통해 공급량을 교차 점검했다.
스마트계약 주소에 USDT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물량이 대출·거래·유동성 공급 등 DeFi 전략에 사용됐다고 볼 수는 없다. 브리지와 래퍼, 수탁 서비스도 스마트계약 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외부 소유 계정에 보관된 USDT도 결제·송금·저축·거래소 보관 등 여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트론의 스마트계약 보유 비중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결제 수요를 확정하거나, 이더리움의 비중 하락만으로 DeFi 위축을 확정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집계 기준의 차이는 온체인 지표가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본지의 앞선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거래 건수와 이전액, 스마트계약 보유량, TVL은 집계 규칙과 분류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USDT 공급 증가가 DeFi 수요 확대를 입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동시에 스마트계약 보유 비중 하락만으로 DeFi 수요가 줄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체인별 주소 구조와 사용 목적을 함께 봐야 한다.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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