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개 가상자산 재무기업 가운데 주가가 보유 토큰 가치보다 높은 기업은 4곳에 그쳤다. 대부분 기업이 보유자산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주식 발행을 통한 추가 매입 전략에도 제약이 생겼다.
DWF 벤처스는 24일 공개한 분석에서 운용자산(AUM) 기준 상위 20개 디지털자산 재무기업을 비교한 결과, 4곳만 시장가치순자산비율(mNAV) 1을 웃돌았다고 밝혔다. 분석 기준일은 9월 21일이다.
mNAV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보유 가상자산 가치로 나눈 지표다. 1보다 낮으면 시장이 평가한 기업가치가 보유자산 가치보다 낮다는 뜻이고, 1보다 높으면 보유자산 가치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만 mNAV에는 부채와 우선주가 반영되지 않았다. 주가가 보유 토큰 가치보다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전체가 할인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자본구조와 배당 의무, 차입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가상자산 재무기업의 주가는 보유 토큰 가격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영진이 언제 자산을 매입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는지, 신주를 얼마나 발행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주가가 보유자산보다 높은 기업은 이른바 '반사적 순환'을 만들 수 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동안 신주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토큰 매입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가상자산 수량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mNAV가 1 아래로 내려가면 같은 방식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자금 조달을 미루면 추가 매입 속도도 떨어질 수 있다.
전환사채나 우선주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자·배당·상환 조건이 뒤따른다. 따라서 보유 토큰 규모만으로는 기업의 추가 매입 여력과 주주가치를 함께 판단하기 어렵다.
7월 이후 일부 재무기업 주식은 기초 토큰보다 15~40%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mNAV는 약 0.5~0.8에서 0.7~1.0 수준으로 올랐고, 하이퍼리퀴드 중심 기업 PURR와 지캐시 중심 기업 CYPH의 초과 상승률은 각각 31%, 38%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당 토큰 보유량은 해당 기간 크게 늘지 않았다. 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보유자산 증가보다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와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3개월을 넘는 기간에서는 직접 토큰을 보유하는 방식이 대부분의 구간에서 더 나은 성과를 냈다. 단기적으로 재무기업 주식이 기초 토큰을 웃돌더라도 기간과 매입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별 차이를 만드는 요소도 나타났다. 비트디지털은 디지털자산 외에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분석에 인용된 2분기 실적 자료에서 해당 사업이 매출의 89% 이상을 차지했다.
이더리움 재무기업은 스테이킹 수익을 활용할 수 있고, 일부 기업은 채굴이나 별도 사업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운영수익은 토큰 가격과 별개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상자산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관투자자에게 상장기업 주식은 과거 대체 수단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ETF와 규제된 펀드, 수탁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상장기업 주식에 붙던 '접근성 프리미엄'은 약해졌다.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 재무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과 회복 가능성을 다룬 본지 보도에서도 보유자산과 자본 조달 구조가 기업별 성과를 가르는 요소로 언급됐다. 재무기업의 가치는 보유 토큰 규모뿐 아니라 자본조달 구조와 운영수익, 경영진의 집행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상자산 재무기업이 토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만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주가 할인 상태가 이어질 경우 추가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 구조와 부채·우선주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강이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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