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은 2025년 10월 고점 이후 약 55% 하락했다. 2021~2022년 약세장의 75% 이상 낙폭과 과거 사이클의 80%대 하락폭보다는 작지만, 시장 성숙과 기관투자자 비중 확대가 다음 상승장의 폭발력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의 최근 낙폭이 과거보다 완화됐으며, 시장 구조 변화가 상승과 하락 양쪽의 변동성을 함께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하락폭이 과거보다 작아진 배경으로는 ETF를 통한 기관 접근성 확대와 투자자별 보유 비중 차이가 거론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1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이후 ETF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자문사와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에 접근하는 주요 통로가 됐다.
기관 투자자는 개인보다 비트코인 투자 비중을 낮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라이언 라스무센(Ryan Rasmussen) 비트와이즈(Bitwise) 리서치 책임자는 전문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의 약 2%를 비트코인에 배분하는 반면, 가상자산 중심 개인 투자자는 자산의 20~30% 이상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비중의 차이는 같은 가격 하락에도 체감하는 충격이 다른 이유로 설명된다. 개인 투자자의 자산 대부분이 비트코인에 집중돼 있다면 가격 변동이 전체 자산에 직접 반영되지만, 기관은 상대적으로 작은 목표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라스무센은 목표 비중을 유지하는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비중이 목표치보다 낮아지면 추가 매수가 이뤄지고, 가격 상승으로 비중이 커지면 일부 매도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 과정은 급락을 완화하는 동시에 상승장의 과열도 제한할 수 있다. 가격이 크게 오른 뒤 기관이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도하면 상승 속도가 둔화될 수 있고, 반대로 하락 뒤에는 추가 매수가 낙폭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마크 코너스(Mark Connors) 리스크 디멘션스(Risk Dimensions) 최고투자책임자는 기관 참여 확대가 과거 70~80%대 하락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관의 리밸런싱으로 상승장의 '폭발적 고점'도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 해석도 있다. 짐 페라이올리(Jim Ferraioli) 찰스슈왑(Charles Schwab)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ETF와 기관투자자만으로 변동성 축소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도 ETF를 매수하기 때문에 ETF 보유량을 기관 보유량으로 곧바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이유다. 페라이올리는 비트코인 시장 자체가 커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며,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가격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유통 물량 가운데 장기간 움직이지 않는 물량이 많다는 점도 급격한 매도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다만 이 같은 구조가 실제 가격 변동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기관 자금이 항상 시장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코인셰어스(CoinShares)는 2026년 1분기 미국 비트코인 ETF의 13F 신고 기준 전문 투자자 보유량이 31만3000BTC에서 26만1000BTC로 17%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헤지펀드와 중개업체가 매도를 주도했지만, 자문사·은행·정부 등 장기 보유 성격이 강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버틴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 투자자 전체의 보유량이 줄어도 투자자 유형별 움직임은 달랐다는 뜻이다.
ETF 자금 흐름도 엇갈렸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는 9월 15일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4억5040만달러(약 6166억원)가 순유출됐지만, 21일에는 9억9900만달러(약 1조3680억원), 22일에는 7억1470만달러(약 9784억원)가 순유입됐다고 집계했다.
최근 ETF 자금 흐름은 기관 수요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약세장이 과거보다 완만해졌다는 평가와 다음 상승장의 상승폭도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오는 가운데, 시장 규모와 투자자별 보유 구조가 이후 사이클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추가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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