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과 항만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을 멈추자고 러시아에 제안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했다. 흑해 항로를 둘러싼 군사 긴장이 곡물 물류와 국제 밀 가격을 다시 흔드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8월 13일 제3자를 통해 러시아에 흑해 민간 목표물 공격 중단 제안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제안은 상선과 항만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을 줄이자는 취지였고, 러시아 외무부는 다음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리아 자하로바(Maria Zakharova)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흑해 휴전론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에 숨 돌릴 시간을 주는 "반쪽 조치"를 받아들일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터키로부터 정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도 밝혔다.
이번 사안은 외교 메시지에 그치지 않는다. 흑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물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8월 12일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주요 곡물 터미널 2곳이 운영을 멈췄고, 본지는 앞서 노보로시스크 곡물터미널 운영 중단 사안을 보도했다.
가격도 반응했다. 로이터 전재 보도에서 8월 12일 시카고 밀 선물은 약 3% 올랐다. 유럽 밀 선물도 반등해 유로넥스트 12월물 밀은 한국시간 8월 14일 0시 17분 기준 2.2% 오른 t당 232.50유로를 기록했고, 9월물은 3.5% 상승한 t당 220.75유로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8월 첫 2주간 흑해 경유 곡물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철도, 도로, 다뉴브 항로를 함께 쓰고 있지만 흑해 항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흑해 곡물 갈등의 배경에는 2022년 터키와 유엔이 중재한 흑해 곡물협정이 있다.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일정 부분 유지했지만 러시아가 2023년 연장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대체 수출 경로를 늘려 왔다. 다만 2026년 들어 항만과 선박을 둘러싼 공격이 다시 격화되면서 흑해 물류는 전쟁의 전술 공간이자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다시 부상했다.
하칸 피단(Hakan Fidan) 터키 외무장관은 8월 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흑해 군사행동 모라토리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터키는 2022년 흑해 곡물협정 중재에 참여했던 국가로, 흑해 항행 자유와 상업 안보를 전쟁 중에도 보호해야 할 영역으로 제시해 왔다.
곡물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선물 브로커는 흑해 물류 문제가 지속되면 밀 가격에 강세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서유럽 수요 부진과 프랑스 항만 재고를 이유로 즉각적인 수급 전환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을 이번 사건 하나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해상 공격 위험, 대체 물류 비용, 항만 재고, 지역별 수요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흑해발 공급 불안이 커질수록 시장은 실제 선적 차질과 재고 소진 속도를 함께 확인하게 된다.
한국 시장에서 이 사안은 곡물 가격 자체보다 물류비와 물가 경로를 통해 의미를 갖는다. 식량과 에너지 운송 비용이 동시에 흔들리면 인플레이션 기대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8월 20일 세계식량계획(WFP)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항만·해상 인프라·민간 선박 공격이 식량 안보와 가격, 공급망에 파급된다고 밝혔다. 이번 거부로 흑해 항로의 불안은 이어지게 됐고, 곡물 가격에 미칠 영향은 해상 공격, 대체 물류 비용, 재고, 수요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강이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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