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국에 대한 첨단 인공지능(AI) 칩 수출 규제를 완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엔비디아($NVDA) H200 등 일부 칩의 대중국 수출허가 신청을 조건부 개별 심사로 전환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척 슈머(Chuck Schumer)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 17일 상원 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의 최첨단 AI 기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협상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첨단 AI 칩과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24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슈머는 중국이 미국의 첨단 칩을 확보하면 AI 경쟁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와 국가안보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월 13일 엔비디아 H200과 AMD MI325X 등 일부 칩의 중국 수출허가 신청을 안보 조건부 개별 심사 대상으로 전환했다. 중국 구매자의 수출통제 준수 절차와 미국 내 제3자 성능·보안 검사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개별 심사는 중국 수출을 전면 허용하는 조치가 아니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신청을 건별로 검토하는 통로를 연 것으로, 허가 여부는 신청마다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1월 14일 H200과 MI325X 등 일부 첨단 컴퓨팅 칩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관세 조치는 수출허가 심사 방식과는 별도 절차다.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년 연차보고서에서 2월 H200의 중국 내 특정 고객 대상 소량 수출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수출허가 프로그램에서 아직 매출을 올리지 못했고, 중국 내 수입이 실제로 허용될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출허가와 실제 중국 내 반입·판매·매출은 구분해야 한다. 엔비디아의 공시만으로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이 H200을 구매하거나 인도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 의회에서는 수출통제의 빈틈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 존 물레나(John Moolenaar)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조시 고트하이머(Josh Gottheimer) 하원의원은 중국 기업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첨단 AI 칩에 접근하는 문제를 막는 초당적 법안을 추진했다.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한 원격 접근은 칩을 중국으로 직접 반입하지 않고도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수출통제의 사각지대로 거론됐다. 이번 법안은 반도체 자체의 수출뿐 아니라 컴퓨팅 자원에 대한 접근까지 통제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9월 17일 보고서에서 AI 수출통제를 완화하기보다 원격접속, 모델 증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서비스 등 규제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슈머의 규제 강화 요구와 같은 방향이다.
반면 중국 화웨이는 같은 날 AI용 컴퓨팅 클러스터 신제품을 공개했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중국의 자체 칩·AI 생태계 구축을 촉진할 수 있다는 논쟁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미국의 대중국 AI 수출통제는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도 맞물려 있다. 앞서 미·중 협상에서 AI와 희토류, 관세가 논의된 사실이 전해진 가운데, 첨단 칩 수출허가의 범위와 클라우드 접근 통제가 별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미국은 AI 안전과 국가안보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AI 사고 통보 체계를 제안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사례는 양국이 AI 분야에서 협력 의제와 통제 의제를 함께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슈머의 발언 이후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정책이 추가로 변경됐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9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건부 수출허가가 실제 중국 내 반입과 판매로 이어질지, 클라우드 기반 접근까지 통제 범위가 확대될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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