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가 27개국으로 나뉜 시장을 얼마나 통합하느냐에 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요아힘 나겔(Joachim Nagel) 독일 연방은행 총재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외부회의 만찬 연설에서 유럽의 경쟁력과 주권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은행은 연설문을 9일 공개했고 국제결제은행(BIS)은 16일 이를 게시했다.
나겔 총재는 AI가 생산성·노동시장·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인 만큼 중앙은행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환경이 악화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AI가 유럽의 경쟁력과 주권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유럽은 AI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비유럽 공급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나겔 총재는 첨단 반도체, 컴퓨팅 능력, 클라우드 인프라를 주요 의존 영역으로 꼽았고 현재 가장 역량이 높은 AI 모델은 미국에서 나오며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에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AI 인재, 산업 데이터, 민간 저축이라는 기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원을 실제 혁신과 인프라 투자로 연결할 통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겔 총재는 과제로 △벤처캐피털 확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자본·서비스·노동시장 장벽 완화를 제시했다. 유럽 기업이 국가별 시장에서 따로 경쟁해서는 미국·중국과 맞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나겔 총재는 "Europe is large on paper. It must become large in practice"라고 말했다. 유럽이 문서상 규모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시장 통합을 통해 규모의 힘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연합 AI Office도 7월 15일 100명 이상의 전문가 의견을 정리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프런티어 AI 역량과 컴퓨팅 인프라, 성장단계 자본이 경제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이 유럽의 AI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일 수 있다고 봤지만, 해당 보고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문서는 아니다.
이번 연설에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탈중앙화금융(DeFi) 등 가상자산 관련 직접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핵심 논의는 AI·반도체·컴퓨팅·클라우드 인프라와 유럽 단일시장 통합에 맞춰졌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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