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자율조직(DAO)이 블록체인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DAO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개인들이 블록체인 상에 형성한 조직으로, 모든 의사결정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진행된다.
지난해 미국에선 헌법 초판본 낙찰을 목표로 조직된 ‘컨스티튜션 다오(Constitution DAO)’가 4700만 달러(약 560억원)를 모으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국보DAO’를 기점으로 DAO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2년 3월 28일 열린 ‘디지털경제와 DAO’ 컨퍼런스에선 한국 대표들이 진행하고 있는 DAO 프로젝트들이 소개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류한석 노드원 대표, 정석현 케이체인 대표 등 DA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첫번째 세션에선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가 ‘국보DAO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대표는 올해 1월 경매에 나온 국보 두 점을 구매하기 위해 국보DAO를 결성한 바 있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발표장면 / ZOOM 화면 갈무리
정 대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화재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연 예산이 40억원이 안될 만큼 문화재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크립토 커뮤니티의 지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재 보호 운동을 열어가고자 DAO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국보DAO의 성과로 “DAO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확장”을 꼽았다. 정 대표는 “좁게는 문화재 보호에 대해, 넓게는 한국 사회에서 DAO의 존재와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DAO를 위한 기술 인프라의 필요성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은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의 극단적인 효율성을 입증했다”며 “국내 많은 프로젝트가 DAO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큰 성과”라고 짚었다.
다만 정 대표는 “원래 목표로 했던 대체불가토큰(NFT) 발행은 암호화폐공개(ICO) 규제로 진행하지 못했고, 거래소의 개인지갑 출금 제한도 프로젝트에 큰 걸림돌이었다”며 “DAO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고 활용성을 확대하는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두번째 세션에선 류한석 노드원 대표가 ‘MyVoteDAO 운동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현재 류 대표는 이오스(EOS) 커뮤니티에서 매표 행위를 금지하고 커뮤니티 주권을 되찾자는 ‘마이보트이오스(MyvoteEO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류한석 노드원 대표 / 촬영: 변세현 기자
EOS 블록체인은 21명의 블록생산자(BP)가 블록을 생성하는 위임지분증명(DPoS, Delegated Proof of Stake) 합의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 투표를 통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본래 철학이지만, 일부 거래소가 BP에게 표를 파는 매표행위가 그동안 빈번히 발생해왔다.
류 대표는 “지난 4년동안 이오스의 21개 BP는 매표 행위를 벌였던 중국계 거래소에 장악된 상태”라며 “매표금지 원칙이 담긴 초기 헌법이 투표 참여율 15%를 충족하지 못해 비준에 실패했던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커뮤니티는 이오스 블록체인의 21개 BP 중 15개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이오스가 거래소에 묶여 있다”며 “거래소만 문을 열어준다면 EOS 커뮤니티를 혁신할 수 있지만, 지금은 거래소에 막혀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드원(NodeONE), 에덴프록시(EdenProxy), 크립토라이언스(Cryptolions) 등 주요 BP들은 ‘MyvoteEO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오스를 보유하고 있는 홀더들이 투표권을 위임해주면 투표 매매에 참여하지 않는 BP에 투표에 커뮤니티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류 대표는 “MyVoteDAO의 목적은 BP들의 매표 행위를 감시하는 커뮤니티의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케이보트를 통해 이오스 거버넌스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번째 세션에선 정석현 케이체인 대표가 DAO 기반 기부후원 플랫폼인 ‘저비스 프로토콜(Jervis Protocol)’을 소개했다.
저비스 프로토콜은 문화·예술분야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블록체인 기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유명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이름이 ‘저비스’인 것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따왔다.
후원이 필요한 크리에이터는 저비스 홈페이지에 콘텐츠 내용, 목표 금액 등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프로젝트 신청서를 올릴 수 있다. 이때 후원자는 신청자에게 가상자산으로 후원하고 크리에이터가 발행한 NFT를 받는 구조다.
정 대표는 “국내 문화예술 콘텐츠는 대형 연예 기획사를 중심으로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대형 제작사·기획사 중심의 산업구조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DAO 기반의 탈중앙화 생태계로 바꾸기 위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대표는 “후원자는 누구든지 키다리 아저씨가 돼 본인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후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며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탈중앙화된 문화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