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인 모이는 암호화폐 시장…흐름은 '블록체인 금융'

블록체인 금융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국내에선 2021년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 시행으로 암호화폐는 제도권에 들어왔다. 현재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 캠프에서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는 바, 금융당국 고위 공무원들의 블록체인 금융업계 이직이 잦아지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최근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바클레이즈(Barclays), 브리지워터(Bridgewater)의 고위 임원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변동성이 심한 신산업의 특성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며 기존 금융 서비스 기업에 속한 고위 임원들도 관심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2022년 2월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재 발굴·컨설팅 업체인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와 글로벌블록체인비즈니스협의회(GBBC)는 최근 전통 금융 분야 기업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기업으로 이직하는 추세를 조사한 ‘금융 서비스에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로: 경영진이 전환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이직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분야 출신 등 4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금융권 인재 절반,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합류

설문조사 참여자의 절반 가량(49%)은 투자은행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합류했다. 조사를 진행한 데이비드 리처드슨(David Richardson) 파트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금융서비스의 미래를 견인하는 원동력이라는 인식에 따라 암호화폐 분야에 합류하는 기존 금융서비스 사업자 출신 고위 임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중 3분의 1은 이사나 수석 부사장이었고, 28%는 전무급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집계됐다.

‘회사를 차리기 위해 이전 금융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한 참여자는 31%였다. 20%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기업의 경영진에 의해 채용되면서 기존 역할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데이비드 리처드슨은 "디지털 자산 공간에서 네트워크와 인맥의 중요성을 드러냄. 금융 임원들은 알고 신뢰하는 직원이 있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기업에 입사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밝혔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금융 분야 인재들이 새로운 벤처 기업에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폭넓은 금융 산업에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분야의 위상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합류하는 기업 유형으로 금융 분야 경영진 중 상당수는 소규모로 시작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3%는 기업이 창업 단계에 있다고 답했고, 23%가 성장 단계 조직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대다수는 300명 미만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기업들이 소규모로 시작해 빠르게 성장하는 등 해당 분야가 발전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록체인 기업, 더 많이 버나?

조사 참여자의 대다수는 이전의 역할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소규모 팀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78%는 현재 소속된 팀이 이전 팀보다 규모가 작다고 말했고, 76%는 예산이 더 적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보수 총액을 기존 은행 경영진 보수와 비교했을 때 절반 가량이 ‘같거나 낮다’고 답했고, 30% 이상이 보수를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7%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공간에 진출하는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잠재적 보상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력 중요해…리더십 중요도는↓

이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들이 적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소통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블록체인 분야의 변화 속도는 기존 금융의 변화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 블록체인 산업에 필요한 소프트스킬 / Heidrick & Struggles

응답자 4분의 3 가량은 블록체인 경영진의 3대 소프트 스킬(Soft Skills) 중 하나로 ‘적응력’을 꼽았다. 62%는 비판적 사고를, 리더십과 네트워킹 능력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업과 부문이 성숙함에 따라 이같은 기술의 우선 순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성공을 위한 차별화 요소로는 유연성, 호기심, 근성, 회복력, 창의성, 학제간 사고 등이 언급됐다.

기존 금융 기관과 비교해 현재 역할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유연성’과 ‘임팩트’를 꼽았다. 문화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많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신속하게 배우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참여자들은 계층 구조나 조직 프로세스가 느슨하다고 전했다. 응답자 중 78%가 새로운 역할에서 계층 구조가 덜 엄격하다는 데 동의하고, 62%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대답했다.

"업계,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 포착해야"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은 특정 맥락에서 요구되는 공백을 메울 만큼 산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찾고 있지만 기업의 진화에 따라 이같은 니즈는 변화하고 있다. 데이비드 리처드슨은 "조사 결과 초기 단계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은 엔지니어나 제품 개발 전문가, 그리고 이후에는 영업직 이상 고위 임원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은 기존 금융 서비스와는 다른 리더십 역량을 필요로 한다고 진단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투지와 탄력성, 그리고 '올인(All in)'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리처드슨은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기하급수적 성장은 충분히 지속될 수 있거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 거품이 있을 수 있다"며 "가까운 미래를 위해 성장 잠재력을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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