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야심차게 발표한 오일본위 암호화폐 페트로의 출처나 사용처들이 전부 거짓일 수 있다는 제보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 측 전담 취재팀이 페트로를 집중 취재한 결과 출처, 유통처,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오일본위 암호화폐 페트로의 기반이 되는 석유 생산처 Atapirire를 방문 취재한 결과, 약간의 발굴 흔적만 있었을 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처럼 50억 배럴 상당의 석유 발굴 현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태생의 에너지정책 전문가인 Francisco Monaldi는 베네수엘라가 대규모의 석유를 발굴하고 유통할 기반 시설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도로, 파이프라인, 에너지 생산시설 등 자원을 유출하고 활용할 시설이 부족하다. 현 상황으로 봤을 때 대규모 석유 개발 계획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마두로 대통령이 밝힌 16곳의 공식 페트로 거래소 또한 거짓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홍콩의 비트파이넥스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이유로 페트로 상장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 주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비트렉스, 크라켄 등은 페트로를 상장하지 않은 이유에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밝힌 16곳의 공식 페트로 거래소 중 7곳은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한 곳이었고, 나머지 7곳은 로이터 측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오로지 한 곳, 인도의 코인시큐어만이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로열티를 조건으로 페트로를 상장한 상태이다.
또한, 의혹이 드는 점은 페트로 ICO에서 판매된 코인과 거래 내역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현재까지 페트로 판매량이 미화 33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개한 페트로 백서는 NEM 토큰이 페트로 이니셔티브의 '예비' 토큰으로 활용되며 추후 페트로로 교환된다고 서술했다.
지난 2월 말부터 3월까지 공식 진행된 페트로 ICO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NEM 계정은 약 8,240만 개의 토큰을 발행했고, 그중 2,300개의 토큰이 200개의 익명계좌로 송금됐다. 이는 미화 15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이어 4월, 베네수엘라 정부의 NEM 계정은 12개의 계좌로 총 1,300만 개의 토큰을 발행했고, 이는 8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발행된 토큰이 주요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이라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주장했지만, 아직 아무도 이 대규모 투자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영국 블록체인 데이터 회사 Elliptic은 "페트로의 ICO는 전형적인 ICO의 형태가 아니었으며 지극히 낮은 수의 거래내역을 보였다. 페트로 발행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거래소에서 거래된 증거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체 체인을 기반으로 후일 페트로를 발행할 것이라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계획조차 확실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Hugbel Roa 장관은 "아직 코인을 개발 중이며, 누구도 페트로를 사용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이달, 페트로를 "중앙집권적이며 부채가 많은 정부가 만들어낸 불투명한 '기행'에 불과하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가적 경제위기로 페트로를 기반으로 한 경제개혁을 단행한 마두로 대통령의 계획에 수많은 의혹이 일고 있다. 페트로를 둘러싼 해당 의혹들은 베네수엘라 국민, 베네수엘라를 제재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 그리고 넓은 관점에서는 국제 경제 흐름과도 연관된 큰 사건이다.
무엇보다 극심한 물가 상승, 무리한 경제개혁이라 평가받는 화폐개혁, 이에 따른 야권 총파업 등 국내 정세 혼란, 규모 7.3의 자연재해로 인해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남미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난민이 된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이러한 의혹은 절망적인 소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의혹이 단순한 루머일지, 충격적인 진실일지를 추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권승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