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자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야권이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엘 나시오날 등 다수의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우파 야권이 정부의 화폐개혁 조치에 맞서 "지난달에만 8만2,00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데 부적절하다"며 이날 하루 동안 총파업을 촉구했다.
이에 여권 역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긴급 조치를 지지하기 위한 맞불 집회를 소집했다.
수도 카라카스 중심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으로, '킨타 크레스포'로 불리는 재래시장의 많은 가판이 문을 닫았으며, 일부 근로자들은 대중교통편을 찾지 못해 출근하지 못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통화에서 숫자 0을 다섯 개 떼어내 액면가를 10만 대 1로 절하하고, 볼리바르 푸에르테(Bolivar Fuerte, BsF)를 대체할 볼리바르 소베라노(Bolivar Soberano, BsS) 신권을 도입했다.
이는 달러당 60볼리바르 소베라노에 해당한다. 새 환율은 국영 암호화폐인 페트로에 연동될 예정으로, 1페트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배럴당 가격인 60달러이다.
또한 월 최저임금은 1,800만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인상됐다. 이에 재계 단체 페데카마라스는 "3,000%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야권은 화폐개혁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등 내부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안드레스 벨라스케스 야권 지도자는 국민의 60%가 총파업에 동참했다고 추산했다.
국제 유가의 하락과 더불어 시작된 베네수엘라의 경제 문제는 볼리바르화의 가치 폭락과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물가 상승과 국내 정세 혼란으로 인해 남미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일부 '남미 집시', '남미 난민' 등으로 불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은 약 230만명, 전체 인구의 7%에 달한다. 올해 하루 평균 3,000명이 국경을 넘고 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주변국은 이주민들의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단속 중이다.
혼란의 한가운데, 자연재해까지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21일 오후 5시 30분경(현지시각) 베네수엘라 동북부 해안 지역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진앙에서 서쪽으로 400km가량 떨어진 카라카스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강진이었다.
차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