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자리 시장의 '임계점' 임박… 대규모 해고 현실화되나

AI가 일자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다 급격하게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동화를 통한 대규모 실직 사례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도입을 가속화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AI가 자동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업들의 40%가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연구에서 생성형 AI가 최대 3억 개의 풀타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로 인해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빠르면 15년 내 40%의 직업이 AI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카이푸 리(Kai-Fu Lee)의 관측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이 직선을 그리며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점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임계점’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리타 맥그래스(Rita McGrath)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변한다”고 표현한 변화의 법칙과도 일치한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필름 카메라 시장은 비교적 완만한 변화를 보였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전통적인 카메라 시장은 급속도로 붕괴된 사례가 있다.

AI의 실제 도입 속도는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맥킨지가 발표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8%가 최소 한 개의 비즈니스 부문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기업 경영진의 38%는 AI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44%는 AI의 판단이 자신들의 사고보다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AI가 가장 빠르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앤트로픽(Anthropic) CEO 다리오 아무데이(Dario Amodei)는 “앞으로 3~6개월 내 AI가 코드의 90%를 작성할 것이며, 12개월 후에는 사실상 전부를 AI가 생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5년 겨울 Y 컴비네이터(Y Combinator) 배치에 포함된 스타트업의 25%가 AI를 활용해 코드의 95%를 자동 생성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은 경기 침체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경기 침체기마다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급격히 확산됐던 것처럼, 만약 2025년 또는 2026년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 기반 자동화 도입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현재 2025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40%로 추정하고 있으며, 전 미국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또한 경기 침체 확률이 50%에 이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AI는 일자리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필수적인 운영 요소로 자리 잡으며 고용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우리 세대가 인간만을 관리하는 마지막 CEO일 것이며, 앞으로 모든 CEO는 인간과 AI 에이전트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기존 일자리 시장은 물론이고 기업 경영의 방식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