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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K-POP)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음악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K팝 그룹 트와이스, 블랙핑크, BTS부터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NCT 127, 스트레이 키즈, 투마로우바이투게더까지 다양한 K팝 아티스트는 음악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한국 가요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들을 응원하는 팬 역시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그대로 감상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문화 및 트렌드를 선도하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팬덤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의미하는 ‘팬더스트리(팬+인더스트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스타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원하는 팬들은 접점을 찾고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탐색하고 현실 세계를 넘어 가상 세계로 팬덤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 팬덤 문화의 ‘시작’ 알린 1세대, 디지털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된 2세대
1990년대 H.O.T.,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의 등장은 공통된 관심사를 열정적으로 공유하고 서로 간의 끈끈한 연대를 만들어낸 ‘팬덤’을 탄생시켰다. 당시 팬덤은 각 그룹을 상징하는 흰색, 주황색 등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풍선을 들며 응원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됐던 2000년대는 인터넷 문화를 기반으로 한 2세대 팬덤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원더걸스’의 텔미 UCC(User Created Content)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7년 원더걸스가 텔미를 발표하고 국민 아이돌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복고 컨셉,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곡과 함께 인터넷상에 텔미 댄스를 따라한 동영상을 UCC로 재생산한 많은 팬들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 3세대 팬덤은 ‘참여’에 진심… 팬덤의 놀이터가 된 K팝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은 누구나 콘텐츠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크리에이터의 시대’를 열었고, 이는 팬덤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 팬들은 각자만의 스타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가수가 방문한 장소를 찾아가는 등 팬들의 여러 활동을 담은 팬 브이로그가 큰 인기를 끄는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팬 콘텐츠는 팬덤 문화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3세대 팬덤의 자발적 참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팬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직접 커스텀하는 굿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아티스트의 앨범에 들어있는 포토카드를 특별하게 꾸미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일명 ‘포꾸(포토카드 꾸미기)’, ‘탑꾸(탑로더 꾸미기)’가 인기를 얻었다. 팬 사인회 응모권을 획득하거나 앨범 속 특정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다량의 앨범을 중복구매하는 팬 문화도 3세대 팬덤 문화에서 엿볼 수 있었다.
■ 세계관에 녹아든 4세대 팬덤, 언제 어디서든 끊김없이 연결되고 몰입하며 경험할 수 있는 곳 찾아
2020년대에 들어서 4세대 팬덤 문화는 팬들과 아티스트의 연결이 더욱 중요해져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고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끊김 없이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4세대 팬덤은 K팝 스타들의 고유하고 독특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스타들은 개인 SNS 채널을 통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고, 연예기획사들도 아티스트 전용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잇달아 출시해 아티스트와 1:1 대화를 할 수 있는 ‘프라이빗 메시지’, 독점 공개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선보였다.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과 협업해 방탄소년단, 투마로우바이투게더 등 자사 아티스트 그룹의 세계관을 다룬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접속할 수 있는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K팝 문화를 더욱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5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플랫폼 로블록스에 가상 체험 ‘스포티파이 아일랜드(Spotify Island)’를 론칭해 팬들이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3차원 몰입형 공간 ‘K-파크(K-Park)’에서 선미와 스트레이 키즈의 가상 굿즈를 획득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후 NCT 127,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유명 K팝 아이돌 그룹도 로블록스에 ‘NCT 127 월드(NCT 127 World)’, ‘트와이스 스퀘어(TWICE Square)’, ‘블랙핑크 더 팰리스(BLACKPINK THE PALACE)’를 각각 올해 1월, 3월, 8월에 선보였다.
NCT 127 월드 체험에는 꿈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NCT만의 세계관과 감성이 담긴 공간이 펼쳐졌다. 이 공간에서 NCT 127은 가상 아바타 공연을 펼치고,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팬미팅을 선보였다. 팬들은 아바타로 등장한 멤버들과 로블록스의 ‘음성 채팅(Chat with Voice)’ 기능을 이용해 소통하고 각 멤버와 개별적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NCT 127 월드 체험은 당시에 무려 630만 이상의 방문 횟수와 참여 시간 51만 4천 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트와이스는 로블록스에 ‘팬 허브(Fan hub)’인 트와이스 스퀘어 체험을 선보이며 론칭 첫 주만에 방문 횟수 200만을 달성하고 첫 한 달 동안에만 참여 시간 26만 3천 시간 이상을 기록했다. 이 인터랙티브 체험은 글로벌 원스(트와이스 팬덤명)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에게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을 통해 팬들은 트와이스가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표현하거나 그룹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는 문구를 공유하는 등 아티스트를 응원할 수 있다. 팬들은 현재까지 3천만 개 이상의 메모를 남기며 이 기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4월 12일 트와이스 스퀘어에서 진행된 트와이스 팬미팅에서 전 세계 K팝 팬들은 트와이스와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멤버들의 아바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에 대해 한 팬은 "아마도 로블록스가 평생 트와이스와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라고 전하는 등 원스가 트와이스와 소통하고 연결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로블록스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와이스 스퀘어는 지속적으로 방문자가 이어져 12월 기준 론칭 이후 누적 방문 횟수 7천 23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체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용자 비율인 커뮤니티 지지율이 87%에 달한다.
한편 블랙핑크 역시 로블록스에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인 ‘블랙핑크 더 팰리스’ 체험을 지난 8월 로블록스에 론칭했다. 해당 체험은 그룹의 상징적인 뮤직비디오 장면 및 의상을 활용한 파티룸 콘셉트로, 인터랙티브한 체험 및 챌린지를 통해 사용자가 파티룸 장식 및 아이템을 획득해 파티를 꾸미고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다. 체험 론칭을 기념해 지난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린 오프닝 이벤트 동안 전 세계 블링크 86만 명이 블랙핑크 더 팰리스를 방문했고, 블랙핑크 멤버들의 가상 아바타를 직접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즐겼다. 팬들은 해당 기간 동안 2만 5천개 이상의 배지 형태로 제공된 멤버들의 가상 사인과 블랙핑크 후드티 아이템 2만 개를 공개 24시간 만에 모두 획득했다. 블랙핑크 더 팰리스와 같은 팬 허브는 전 세계 팬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서로 소통하며, 공통 관심사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교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서 개별적으로 개최되던 콘서트는 이제 두 공간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구현되고, 현실과 가상 세계가 제공하는 각각의 경험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시공간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팬덤 문화는 가상 세계를 통해 현실에서 즐기지 못했던 것까지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3차원의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 세계는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 측면에서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확장성과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