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해킹 사건이 일어난 후, 정부의 시장 성장 우선 정책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1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는 580억엔(약 5800억원)에 이르는 뉴이코노미무브먼트(NEM) 코인을 해킹으로 도난당했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26만명에 달한다. 코인체크는 사고발생 후 투자자 전원에게 코인당 88.5엔의 가격으로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보상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그동안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fintech)'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도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유연한 정책을 폈다.
이번에 해킹 피해를 입은 코인체크도 금융청에 정식 허가를 받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유사 사업자' 신분으로 영업을 계속해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연예인을 동원한 TV 광고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덩치키우기에만 바빴던 거래소가 규모에 걸맞는 내실을 갖지 못했기에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에 업계 시스템 정비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청은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주식과 같이 금융상품거래법의 틀 안에 포함시켜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인식은 대중에게서도 나타났다. 최근 일본 공영 NHK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규제 강화에 대한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결과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61%에 달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7%,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18%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NHK는 코인체크의 대형 암호화폐 유출 사건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