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에게 처음 다가온 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시간 동안 블록체인은 단순히 처음 등장했을 때 주목받았던 보안 부분에서의 새로운 기술일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디파이(De-Fi)와 같은 탈중앙금융 관련 기술로, P2E(Play to Earn) 또는 M2E(Move to Earn) 등 특정 활동에 대한 보상과 관련된 기술로, 메타버스나 NFT 등 가상현실과 그 안에서의 자산을 증명하는 기술로 발전되어 우리의 삶에 깊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필자는 블록체인 관련 다양한 민·형사 사건을 상당수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관련 기업에 자문을 해 오고 있는데 2020년부터 유독 NFT 관련한 자문 요청 또는 사건문의가 많아졌다.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NFT)으로 불리기도 하는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그림, 음악 등 디지털 자산의 소유자를 증명하는 일종의 가상자산의 하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어느 명품 브랜드에서 각각의 상품들이 진품임을 증명하는 용도로 NFT 기술을 도입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예가 NFT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이다.
NFT 토큰들은 각기 고유성을 가지는 토큰이므로 동일한 토큰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이러한 부분에서 동일한 성질을 가지는 기존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차이가 있다.
타인에게 양도하더라도 거래내역이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기록되어 고유성을 인정받는, 마치 부동산등기부등본과 같은 개념인 것이다.
시장에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져 거의 모든 실물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던 2020년을 기점으로 블록체인 시장 또한 두 번째 부흥기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때 이 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투자대상은 단연 메타버스 관련 토큰과 NFT 관련 토큰이었다.
메타버스는 가상지구, 가상부동산 등 가상의 현실을 테마로 하고 있고 이미 상당히 우리 생활에 깊게 들어온 증강현실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로 삼기에 아주 좋은 소재였다. 심지에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했을 정도이니...
이 메타버스 가상세계를 채워나갈 소재가 바로 NFT였고 2020년 이후 세상 모든 실물 자산들이 NFT화 되어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많은 기업들이 NFT 관련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 또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으려고 메타버스, NFT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늘 그러하듯, 혁신적인 기술이나 상품이 세상에 공개되면 이를 활용한 사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투자 실패인지 사기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행위들로 인한 피해자들이 생겨난다.
2000년대 초반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거품으로 둘러싸인 닷컴버블에 뒤늦게 투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보는 피해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NFT 또한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유성을 가지고 있어 나만이 소유할 수 있고 소장 가치가 있으며 향후 투자 전망이 좋다고 평가되었던 NFT가 그저 민팅(Minting, NFT발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장 팔아먹으면 되는, 뒤는 책임지지 않는 폰지사기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NFT 프로젝트 관련된 사건을 수임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전거래로 가격을 상승시킨 뒤 선량한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2022년 3월 미 법무부는 NFT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제작자를 러그풀 혐의로 기소한 사례도 있다. 누군가가 내가 가진 것을 사주지 않으면 탈출할 수 없는, 설령 운이 좋게 팔더라도 되려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 아닌 단지 붐에 의해 가치가 오르고 내릴 수 있는 NFT에 투자한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현재 슬로우러그풀(SlowRugPull) 등 신종사기수법에 당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도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한 이래,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 기술을 활용하여 이 세상에 없던 많은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 내고 있다. 이러한 창조물들은 우리의 삶도, 산업도 혁명적으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작용들을 방지하고 최소화 화기 위해 금융위를 포함한 많은 기관들도 노력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얻든 충분한 리서치를 하든 묻지마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 매체에 인터뷰를 하면서 항상 해 온 얘기가 있다. 고수익=고위험=폭탄돌리기. 이 공식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