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플래시 저장장치 계약 가격이 3년 새 네 배로 오르면서 게임기와 PC 부품 공급망이 압박받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간 콘텐츠 공유를 통해 비용 부담과 플랫폼 경쟁에 대응하는 구상을 내놨다.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CEO는 영국 게임 잡지 ‘Edge’ 428호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 메모리와 D램, 고속 SSD를 대량으로 확보하면서 게임 하드웨어 생산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28일 블록템포가 전했다.
스위니는 “메모리와 플래시 저장장치의 계약 가격이 네 배로 올랐고,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소비자용 기기 제조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부품 생산이 AI 인프라에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혔다. 스위니는 새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게임기·휴대용 게임기·게이밍 PC·주변기기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앞으로 3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반도체 장비와 전력망, 냉각 설비로 확산하고 있다는 앞선 보도처럼 관련 수요가 메모리와 저장장치에도 번지고 있다는 게 스위니의 진단이다. 애플이 메모리 비용 상승을 제품 가격 조정의 배경으로 언급한 사례도 앞서 보도됐다.
그는 현재 상황을 1983년 북미 게임시장 붕괴에 빗대 ‘붕괴 2.0’으로 표현했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게임 수요 둔화뿐 아니라 개발비 상승과 하드웨어 부품 부족이 함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에픽게임즈도 비용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회사는 ‘포트나이트’의 성장기에 인력을 확대했지만 콘솔 판매가 둔화하자 올해 조직 개편을 진행했고, 핵심 개발 인력 약 1000명을 감축했다.
스위니가 제시한 해법은 ‘Team Open’이라는 구상이다. 언리얼 엔진 6로 개발한 게임들이 이용자의 외형과 콘텐츠, 사회관계망, 경제 시스템을 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포트나이트’가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용자가 한 게임에서 구매한 외형을 다른 언리얼 엔진 6 기반 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해당 아이템이 다른 게임에서 사용된 정도에 따라 개발사끼리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이 방식은 과거 NFT가 내세웠던 게임 간 자산 이동 구상과 닮았다. NFT는 블록체인에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해 여러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게임사들이 외부 블록체인 자산을 자사 경제 시스템에 연결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에픽게임즈의 방식은 블록체인 대신 자체 엔진과 사업 계약을 기반으로 한다. 에픽게임즈가 엔진과 정산 체계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외부 블록체인 자산을 게임에 연결하는 문제를 줄이려는 접근이다.
다만 플랫폼 주도권이 에픽게임즈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경제 시스템의 규칙과 수익 배분 기준, 사용량을 검증하는 권한을 한 회사가 쥐게 되면 참여 개발사들이 새로운 중앙화 플랫폼에 의존할 수 있다.
수익 배분을 실제로 운영하려면 세부 기준도 정해야 한다. 이용자가 A 게임에서 산 외형을 B 게임에서 사용했을 때 이용 시간을 어떻게 측정할지, 어느 서버가 기록할지, 정산 주기를 어떻게 정할지가 결정돼야 한다.
환불과 지식재산권 분쟁의 책임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외형이 다른 게임의 세계관과 충돌하거나 권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에픽게임즈가 중재할지, 각 개발사가 협의할지에 따라 계약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포트나이트’에 여러 유명 게임 지식재산권을 결합하며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개발비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리얼 엔진 6 기반 게임 간 연결이 업계의 비용 부담을 얼마나 낮출지는 수익 배분 방식과 참여 개발사 확보에 달려 있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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