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측시장 플랫폼의 스포츠 계약을 금융 파생상품으로 볼지 주 정부가 규제하는 도박으로 볼지를 둘러싼 법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연방 항소법원마다 판단이 엇갈리면서 관련 논쟁이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스틴 베넘(Rostin Behnam)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은 29일 ‘Crypto In America’ 인터뷰에서 “의회가 위험관리 상품과 도박 사이의 경계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스포츠 경기와 선거 결과를 대상으로 한 계약이 새로운 규제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넘 전 의장은 특히 스포츠 계약을 둘러싼 여러 주의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포츠 결과에 돈을 거는 계약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할지, 주 도박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법원 판단은 이미 엇갈리고 있다. 미 제9순회항소법원은 8월 네바다주가 칼시의 스포츠 계약에 도박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칼시는 CFTC에 등록된 지정계약시장(DCM)에서 계약을 제공하는 만큼 연방 상품거래법이 주법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칼시의 스포츠 계약을 둘러싼 네바다주와 연방 규제의 충돌은 앞서 미 제9순회항소법원 판단에서도 쟁점이 됐다. 당시 법원은 연방 상품거래법이 네바다주의 스포츠 베팅 계약 규제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미 제6순회항소법원도 25일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가 칼시의 스포츠 계약을 주 도박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스포츠 경기 결과가 본질적으로 금융·경제·상업적 결과를 수반하지 않으므로 해당 계약을 상품거래법상 ‘스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설령 해당 계약을 스왑으로 보더라도 연방법이 주 도박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같은 상품을 놓고도 연방법 우선 원칙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 판단이 갈린 셈이다.
반면 미 제3순회항소법원은 뉴저지주의 규제가 CFTC 관할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연방 항소법원 사이에서 동일한 스포츠 예측계약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뉴저지주는 칼시의 스포츠 이벤트 계약을 둘러싼 관할권 다툼을 연방대법원에 제기했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사고파는 계약이 연방 파생상품 규제 대상인지, 주 도박 규제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로빈후드($HOOD)와 Crypto.com 계열 거래소인 North American Derivatives Exchange도 각각 대법원에 스포츠 계약의 적법성과 주 규제의 적용 범위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하는 것과 대법원이 사건을 실제로 맡는 것은 별개의 절차다.
논쟁은 상품의 명칭보다 실제 기능을 어디까지 금융상품으로 인정할지에 집중된다. 플랫폼들은 스포츠 계약이 가격 변동이나 경기 결과에 따른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라고 주장한다.
주 정부와 일부 법원은 경기 결과에 돈을 걸고 적중 여부에 따라 지급받는 구조라면 도박에 가깝다고 본다. 금융시장 규제와 주 단위 도박 규제가 같은 계약에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지가 이해관계자 간 충돌을 키우고 있다.
예측시장에서 지정계약시장(DCM)은 CFTC에 등록돼 파생상품 계약을 거래하는 시장을 뜻한다. 플랫폼들은 이 등록과 연방 상품거래법을 근거로 주 정부의 별도 도박 규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도 비슷한 제도적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베넘 전 의장은 상원에서 클래리티 법안이 진전되지 못한 뒤 CFTC가 현물시장과 디지털자산을 기존 권한만으로 감독하는 것은 ‘테이프와 종이클립으로 이어 붙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장기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예측계약과 가상자산 모두 의회가 규제 권한과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법원 판단에 따라 시장의 운영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앞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이 관련 사건을 심리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는 제3·6·9순회항소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스포츠 예측계약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연방 차원의 정리가 필요한 단계다.

서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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