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토큰화 등 금융 신기술이 금융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위험의 확산 속도와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로히트 자인(Rohit Jain) 인도중앙은행(RBI) 부총재는 9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페스트 2026 기조연설에서 금융 신기술의 기준으로 ‘목적·신중함·정책’을 제시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해당 연설문을 16일 공개했다.
자인 부총재는 AI가 정보를 처리하는 단계를 넘어 해석·패턴 식별·예측·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금융에서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토큰화, 분산원장기술, 디지털 신원, 상호운용 결제, 양자컴퓨팅도 금융 서비스와 인프라를 바꿀 기술로 언급했다.
그는 기술이 목적 자체가 아니라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는 실제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지, 누가 혜택을 받는지, 어떤 비용과 위험이 새로 생기는지를 설계 단계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인 부총재는 인도의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를 상호운용성의 사례로 들었다. UPI는 은행과 애플리케이션이 폐쇄형 네트워크에 묶이지 않고 연결되도록 설계돼 금융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신기술이 금융 시스템에 깊이 들어올수록 위험은 ‘속도·집중·불투명성’의 경로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화 시스템은 사람이 대응하기 전에 정보를 분석하고 조치를 실행할 수 있으며, 소수의 클라우드·기술·모델 제공업체에 대한 의존은 한 곳의 장애나 오류를 여러 금융기관으로 동시에 확산시킬 수 있다.
고도화된 모델의 판단을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금융기관의 책임은 약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히트 자인 부총재는 “기관은 계산을 외주화할 수 있지만 결과를 외주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외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공정성·안정성·안전성에 대한 책임은 남는다는 뜻이다.
기술이 기존 금융 위험을 없애지는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입자의 부도, 유동성 고갈, 레버리지 손실, 운영 장애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으며 기술은 위험의 속도와 규모, 전파 방식을 바꿀 뿐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방향으로는 결과 중심의 비례 규제가 제시됐다. 같은 기술이라도 내부 문서 요약에 쓰는 경우와 대출 승인 또는 금융 거래를 자동 실행하는 경우의 위험이 다른 만큼, 사용 결과에 따라 관리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가 지나치게 빠르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기술에 세부 규정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늦으면 위험이 금융 시스템에 깊이 내재화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불확실성이 큰 신기술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시험하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글로벌 핀테크 페스트 2026의 공식 주제는 에이전틱 AI·토큰화·양자 기술이다. 인도 정부는 행사 배경자료에서 2026년 7월 UPI가 2365.8 crore건의 거래를 처리했고 거래액은 29.88 lakh crore루피였다고 밝혔다. 해당 수치는 자인 부총재의 연설문이 아닌 행사 배경자료에 포함됐다.
자인 부총재는 행사에서 인도청산공사(CCIL)와 NPCI Bharat BillPay가 협력한 FX Retail의 다중통화 기능도 공개했다. 이 기능은 미국 달러 외에 유로(EUR), 파운드(GBP), 캐나다 달러(CAD), 스위스프랑(CHF), UAE 디르함(AED)을 지원한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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