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마켓(Polymarket)에서 디지털자산으로 예측 포지션을 매수하는 행위가 형법상 도박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 해석이 나왔다. 다만 거래 규모와 횟수, 거래 상품의 성격에 따라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8월 18일 폴리마켓의 국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정치·스포츠·선거·날씨 등 이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을 대상으로 한 승자독식형 손익 구조가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당국의 폴리마켓 접속 차단 결정도 앞서 보도됐다.
정승만 변호사는 “폴리마켓에서의 예측행위는 대부분 형법에서 말하는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정 사건의 결과를 두고 ‘예’와 ‘아니오’ 포지션을 디지털자산으로 매수하고, 결과에 따라 대가를 받는 구조를 근거로 들었다.
형법 제246조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따라 재산상 득실을 정하는 행위를 도박으로 규정한다. 도박죄에서 재물은 재산상 이익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2008년 판결에서 당사자의 능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우연성이 일부 작용하면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내기 골프 역시 사안에 따라 도박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폴리마켓은 스포츠, 정치, 가상자산, 지정학, 문화, 날씨 등 사건의 결과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 이용자는 특정 결과에 대한 ‘예’ 또는 ‘아니오’ 포지션을 매수하고, 결과가 확정되면 승리한 포지션에 정해진 대가가 지급되는 구조다.
포지션 매수에는 주로 유에스디코인(USDC) 등 디지털자산이 쓰인다. USDC는 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다만 폴리마켓 이용 자체가 곧바로 도박죄 성립을 뜻하지는 않는다. 형법은 일시오락 정도에 그친 도박을 예외로 두고 있다.
정 변호사는 거래 횟수와 규모 등 제반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모나 횟수가 적은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상품은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금·은, S&P500, 환율, 날씨처럼 기초자산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대상을 거래하는 경우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이나 가격·이자율·지표 등에 따라 산출된 금전 등을 장래 특정 시점에 인도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을 말한다. 통상 선도·선물·옵션·스왑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년 환율 상승·하락을 맞히는 소액·단기 거래를 게임 또는 도박으로 보고 파생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위험 회피나 분산 기능,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규제 체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변호사는 폴리마켓의 다수 상품이 위험 회피 기능과 거리가 있고, 포지션 가격도 참여자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을 들어 도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거래 대상과 방식, 규모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도 예측시장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다툼은 이어지고 있다. 볼티모어시가 폴리마켓 등을 상대로 무면허 스포츠 베팅이라고 주장한 소송도 예측시장 상품을 금융 계약으로 볼지 도박으로 볼지를 둘러싼 사례다.
폴리마켓 예측시장은 대중의 성향을 파악하고 특정 상황을 전망하는 기능도 갖지만, 국내 법체계에서는 거래 구조와 이용 행태에 따라 도박죄 성립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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