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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결제, 블록체인 해법 통할까

(왼쪽부터) 조엘 문 리플 시니어 개발자 릴레이션스, 유준혁 포필러스 리서처, 이선민 인하대학교 초빙교수, 엄정용 DSRV Web3 Dev & AI TF 리드 / 토큰포스트

AI 에이전트 결제에 블록체인이 실제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상용화를 위해 어떤 기술·신뢰·규제 조건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

28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공식 사이드 이벤트 '에이전틱 페이먼트 온체인(Agentic Payments Onchain)'에서는 에이전틱 결제의 기술적 구조와 머신투머신(M2M) 경제의 현실적인 구축 방안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조엘 문 리플 시니어 개발자 릴레이션스(Sr. DevRel)가 모더레이터를 맡았으며 ▲엄정용 DSRV Web3 Dev & AI TF 리드 ▲유준혁 포필러스 리서처 ▲이선민 인하대학교 초빙교수·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AI Agent 커머스분과 위원·Future Works Lab 창립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AI 에이전트 경제, 블록체인 쓸까

유준혁 포필러스 리서처는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AI 결제 프로토콜 x402가 '결제 중립성'을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AI 에이전트의 블록체인 기술 채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했다.

x402는 올해 4월 코인베이스에서 리눅스 재단으로 이관됐으며 현재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50여개 기업이 관련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유 리서처는 "결제 중립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현재 x402의 가장 큰 매력이자 발전 방향"이라며 블록체인 결제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 카드 네트워크까지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DSRV Web3 Dev & AI의 엄정용 TF 리드는 블록체인이 AI 에이전트 결제에 상대적으로 잘 맞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기존 카드와 은행 계좌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설계된 반면 블록체인에서는 개인키만으로 결제 수단을 직접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 리드는 "32바이트로 된 개인키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며 "기존 금융 시스템은 에이전트라는 특수한 대상을 위해 준비된 적이 없고 지금도 기본적으로 뒤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가정한 '위임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온전하게 결제 수단을 주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건 결국 블록체인"이며 "에이전트 결제는 에이전트 경제 시스템과 에이전트 금융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블록체인의 프로그래머블 특성도 에이전트와 잘 맞는 요소로 꼽았다.

엄 리드는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스크립트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처럼 블록체인에서도 컨트랙트나 프로토콜에 준비된 기능을 조합해 돈의 실행 방식을 프로그래머블하게 구성할 수 있다"며 "에이전트가 확장할 수 있는 기능들이 블록체인 쪽에 더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AI Agent 커머스분과 위원인 이선민 교수는 AI 에이전트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이 필요한 이유로 확장성, 중간자 리스크 축소, 프로그래머빌리티를 꼽았다.

네이버페이 등 기존 선불충전 방식은 특정 플랫폼과 제휴된 사용처에 결제가 제한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주소 하나로 국경을 넘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에이전트는 한국에서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잠도 자지 않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원하는 것을 찾아 결제할 수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훨씬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에이전트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자를 신뢰해야 하는 기존 결제 구조의 위험도 지적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등을 언급하며 "중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계속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블록체인은 중간자 없이도 거래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프로그래머빌리티' 강점을 통해 특정 사용처를 일일이 정하기보다 결제 시간이나 금액 등 규칙을 설정해 에이전트가 그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거래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디지털 세계에서는 위변조가 더 쉬운 만큼 신뢰를 증명하는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이나 CBDC 같은 디지털 화폐도 결국 블록체인 위에서 더 많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아서 거래 못했던 시장' 열린다...API·데이터 주목

유 리서처는 일반 상거래에서도 AI 에이전트 결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환불이나 분쟁 처리, 책임 소재 등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블록체인 결제가 잘못 구매하거나 배송이 되지 않았을 때, 차지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과제라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결제의 주체는 누구인가'와 같은 기본적인 제도적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재를 사고파는 상거래 영역에 블록체인 기반 에이전트 결제가 본격화되는 것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금액은 작지만 빠르게 응답해야 하는 API 시장에서는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마이크로페이먼트 특성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면서 API 엔드포인트 시장을 유망한 초기 시장으로 지목했다. 미국에서도 에이전트가 필요한 기능을 그때그때 호출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의 API 및 AI 추론 서비스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엄 리드도 에이전트 결제가 기존에는 거래 자체가 어려웠던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면서 웹페이지나 데이터에 접근할 때 이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기존에는 AI나 봇의 웹 크롤링을 아예 차단하거나 무료로 허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에이전트 결제 기능을 결합하면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 과거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데이터나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 리드는 "기존에는 안 되거나 그냥 열어놓는 두 가지 방식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거래를 통해 가볍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비즈니스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수많은 데이터와 서비스를 탐색하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었던 작은 단위의 작업도 에이전트가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나 가치가 너무 작아 직접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다"며 "기존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가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국내 AI 에이전트 현실에 대해 “에이전트가 없는데 무슨 결제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에서는 아직 에이전트 활용과 확산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 네이버의 에이전트 쇼핑 사례가 있긴 하지만 플랫폼 내부에서 사용 가능할 뿐 외부 에이전트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API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 어떤 행동을 허용하고 막을지에 대한 규칙 등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에이전트가 사기성 정보나 프롬프트 인젝션 등에 속아 사용자가 정한 범위를 넘어 결제하거나 잘못된 거래를 했을 때 어떻게 막을지,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등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AI 에이전트 결제 상용화, '통제와 신뢰'가 관건

(왼쪽부터) 조엘 문 리플 시니어 개발자 릴레이션스, 유준혁 포필러스 리서처, 이선민 인하대학교 초빙교수, 엄정용 DSRV Web3 Dev & AI TF 리드 / 토큰포스트

엄 리드는 "환불, 분쟁 등에 대한 처리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필요한 기능을 프로토콜 자체에 포함하는 방향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면서도 "프로토콜에서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면 서비스나 인프라 단계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부분을 프로토콜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서비스나 인프라 레벨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머신 페이먼트 프로토콜(MPP)처럼 결제 방식을 커스텀할 수 있는 구조를 활용해 필요한 결제 방식과 규칙을 추가하는 방안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의 지출 권한을 통제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별 결제 한도, 하루 지출액, 거래 횟수 등을 정하고 스마트 계정과 같은 프로그래머블한 구조를 활용해 에이전트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감지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거래 주체로 등장하면서 기존 고객확인(KYC)을 넘어 '에이전트확인(Know Your Agent, KYA)’ 절차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미국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신원을 속이고 보조금을 받아가는 일도 있었다며 "인간 자체에 대한 증명도 점점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으로는 CAPTCHA처럼 사람과 봇을 구분하는 기존 인증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월드코인의 홍채 기반 인간 증명 방식처럼 실제 인간임을 증명하고, 사람과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누구의 명령을 받아서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KYA"라며 "사용자가 에이전트에 어떤 업무와 지출 범위를 위임했는지, 거래 상대가 실제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나 서비스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이전트의 과거 거래와 행동 이력을 바탕으로 한 평판 체계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전에 어떤 거래를 했고 어떤 분야에서 활동했는지 이력을 쌓아두면 에이전트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리서처는 "서비스 판매자 입장에서 x402는 별도의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가 없어도 결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드포인트만 열어두면 퍼실리테이터나 중개자가 결제를 처리하는 구조인 만큼 거래 참여자 간 신뢰가 전제돼야 하며 악의적인 이용자가 가짜 결제를 보낼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는 익명인데 셀러가 클라우드플레어처럼 잘 알려진 곳이라면 먼저 결제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반대로 소비자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먼저 결제를 받은 뒤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 리서처는 이처럼 거래 참여자의 신뢰 수준에 따라 결제와 서비스 제공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며 향후 에이전트와 서비스 제공자의 신뢰도가 거래 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봤다.

왜 지금 에이전트 결제인가...달라진 시장 환경

유 리서처는 과거에도 마이크로결제와 API 거래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기술과 수요 모두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비트코인 스타트업 21.co가 마이크로결제와 API 거래 모델을 시도했지만 크게 확산하지 못한 뒤 코인베이스에 인수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1달러짜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수수료가 100달러까지 치솟는 등 소액 결제의 경제성이 떨어졌고, API를 구매할 뚜렷한 소비층이 없었다는 점도 한계였다고 말했다.

유 리서처는 "지금은 XRP 레저, 베이스, 솔라나 같은 저비용·고성능 블록체인이 생기면서 거래 비용이 몇 센트 수준까지 낮아졌고, API와 서비스를 직접 찾아 구매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층으로 등장했다"면서 과거보다 에이전트 결제가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엄 리드는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이용할 만큼 접근성이 높아지고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수준이 높아지는 양적,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유료 API와 고품질 데이터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더 인사이트 있고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려면 가치 있는 데이터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무료 데이터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에이전트가 필요한 데이터와 API를 직접 찾아 쉽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데이터 플랫폼 및 관련 결제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패널들은 AI 에이전트 결제 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리드는 "기존에 안 되던 것들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이를 먼저 잡는 사람과 기업은 단순한 결제를 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에이전트 결제 시대가 결국 올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준비를 주문했다. 그는 "한 발짝까지는 아니더라도 반 발짝은 앞서가며 병목을 잡아야 한다"며 "회사에서든, 개인으로라도 어디에서 병목이 생길지를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리서처는 "에이전트 결제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냉정히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도전자"라며 스테이블코인의 프로그래머블 특성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API 등 신규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빅테크의 참여 가능성에 주목하며 "빅테크가 어떤 지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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