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의 초점이 발행 규모에서 실제 자산 확보와 투자금 회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자산을 홍콩 금융망과 역외 발행기구로 연결하는 모델을 분석하고, 사업의 성패는 토큰 발행보다 ‘현금흐름의 연결’과 반복 가능한 상품 공급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RWA.xyz 집계에 따르면 RWA 시장 규모는 2023년 8월 약 15억 달러에서 2026년 9월 13일 약 388억 6,000만 달러로 약 26배 증가했다. 자산의 토큰화와 각국의 제도 정비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관심도 어떤 자산을 어느 지역에서 발행하고, 어떤 경로로 투자자에게 유통할 것인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홍콩의 강점으로 제도적 기준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토큰화 채권 발행 경험을 꼽았다. 증권선물위원회(SFC)의 인가 체계와 가상자산 관련 규율은 사업 구조를 설계할 때 고려할 기준이 된다. 다만 홍콩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른 국가에서의 유통이나 투자자 상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분석의 중심은 홍콩 금융기술 기업 핀루프가 제시한 ‘듀얼 엔진 모델’이다. 자산 소재국이 투자 대상 자산을 공급하고, 홍콩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가 상품 발행과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한국을 적용한 사례에서는 BVI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이 한국 증권사 홍콩 법인의 위탁 계좌를 통해 기초자산을 매입·보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행한 노트를 토큰화한다.
해외 전문투자자가 법정화폐나 스테이블코인으로 청약하면 자금은 인가 중개기관을 거쳐 SPV로 들어간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은 자금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로 환전한 뒤 홍콩 법인과 한국 증권사를 통해 자산 매입에 사용한다. RWA 상품의 토큰 이전은 블록체인에서 이뤄지지만, 실제 자산의 매입과 보관은 기존 금융망에 의존하는 셈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가 강조한 핵심은 투자자가 매수하는 대상이 한국의 기초자산 자체가 아니라 ‘SPV가 발행한 금융상품’이라는 점이다. 투자자는 계약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수익금과 만기 상환금을 받는다. 따라서 토큰화 기술의 작동 여부와 함께 발행기구가 자산을 보유하고 수익을 회수할 권리를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산 유형에 따라 검토할 내용도 달라진다. 국고채나 펀드 지분은 SPV가 직접 매입해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출채권과 음악 저작권료처럼 미래 수입을 바탕으로 하는 자산은 현금 수취 권리를 이전하거나, 기존 자산 보유자에게 회수금을 SPV로 송금할 의무를 부여하는 계약이 필요하다. 역외 법인을 설립하는 것만으로 자산에서 발생한 돈을 받을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현금 유입과 지급 일정의 불일치도 RWA 상품의 주요 위험이다. 기초자산의 정산보다 투자자 상환일이 먼저 도래하면 유동성 부족과 지급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원화 자산을 바탕으로 달러 기준 상품을 발행할 경우 환율 변동과 환전 비용도 수익에 영향을 준다. 보고서는 권리 이전과 회수 경로의 불확실성, 자금 유입과 상환 시점의 차이, 해외 송금·세무 절차의 병목을 자금 전달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판매 이후의 유통 역시 별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핀루프가 제시한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상품은 최초 청약자뿐 아니라 토큰을 넘겨받는 투자자의 자격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해당 모델의 조건이며 홍콩의 모든 토큰화 증권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설명은 아니다. 다른 국가로 판매 범위를 넓히려면 현지 규정을 따로 검토해야 하고, 만기 전 거래에는 매수 수요와 가격 형성 방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담보 활용에도 이를 받아줄 금융기관이 필요하다.
사업의 지속성을 가르는 기준은 ‘두 번째 발행’이다. 첫 상품을 만들 때 마련한 자산 심사와 계약, 판매 절차를 후속 발행에 활용할 수 있어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고서는 달러 결제 수출채권을 이러한 재사용 가능성을 검증할 사례로 들었다. 채무자 평가 기준과 상품 설명 체계를 다음 채권에 적용할 수 있지만, 절차가 같다는 이유로 개별 채권의 위험까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한국·홍콩 RWA 모델의 안착 여부를 자산 검토 시간의 단축, 기존 투자자의 재참여, 자산 보유자의 지속적인 공급 유인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첫 판매 실적을 넘어 자산에서 발생한 현금이 약속한 조건대로 투자자에게 전달되고, 후속 상품 공급과 재투자가 이어져야 토큰화가 반복 가능한 금융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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