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과 실물자산(RWA) 파생상품 거래 위축이 엇갈렸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은 주간 시장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BTC) 현물 ETF에 24억 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RWA 무기한 선물 거래량은 약 181억 달러로 2026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기관 투자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시경제 부담과 새로운 거래 테마의 부재가 시장별 온도 차를 만든 모습이다.
보고서는 RWA 무기한 선물 거래 둔화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상승 이후 시장을 이끌 새로운 변동성 테마가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기조와 국채 금리 상승도 거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토큰화 자산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이어져도 파생상품 거래 수요까지 동반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현물 ETF 시장에서는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비트코인(BTC) 현물 ETF의 주간 순유입액은 24억 달러로 전주보다 크게 늘었다. 이더리움(ETH) 현물 ETF는 6억9000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고, 솔라나(SOL) ETF에는 1억8800만 달러가 들어왔다. 솔라나 ETF의 순유입 규모는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암호화폐 시장 지표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보고서 집계 기준 가격 지수는 전주 대비 5.06% 상승했고, 거래량과 변동성은 각각 20.84%, 0.75% 높아졌다. 주요 대형 토큰은 아발란체(AVAX)를 제외하고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수이(SUI)가 40.7%, 비트코인캐시(BCH)가 31.5%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4.04%, 1.62% 상승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부담과 기술주 강세가 공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17%까지 올라 수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AI 및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적 기대가 대형 기술주를 끌어올리면서 나스닥은 2.1%, S&P 500은 1.2% 상승했다. 높은 연료비와 물가 부담 속에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는 48.1로 하락해 증시와 소비 심리의 간극을 드러냈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분석에 따르면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부문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RWA와 AI 분야가 두각을 나타냈다. RWA 무기한 선물 거래 위축과 관련 자산의 가격 강세가 동시에 관찰된 것이다. 상품 출시도 이어졌다. 온도 파이낸스(ONDO)는 블랙록의 모델 전략을 활용한 토큰화 포트폴리오 상품을 미국 외 투자자 대상으로 선보였다.
규제 논의는 스테이블코인의 건전성과 토큰화 자산의 활용 범위에 집중됐다. 보고서는 연준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과 자본 요건, 상환 절차에 관한 새 규제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승인된 기업이 고객 자산을 경제적 권리가 동일한 토큰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침을 명확히 했다.
유럽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수익 제공 방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수익 창출형 스테이블코인이 전자화폐와 은행 예금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며, 간접적인 수익 제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유럽 가상자산법(MiCA)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권의 기술 도입 움직임도 포착됐다. 캐나다 6대 주요 은행은 은행 간 송금 속도를 높이기 위해 캐나다 달러 기반 토큰화 예금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처리 속도 개선과 보안 대응이 주요 과제로 부각됐다. 솔라나(SOL)는 거래 완결 시간을 기존 12.8초에서 150밀리초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알펜글로우’ 업그레이드를 공개 테스트넷에서 시작했다. 해당 수치는 업그레이드의 목표로, 실제 운영망에서 달성한 성능과는 구분된다.
코스모스(ATOM) 허브는 뉴트론(NTRN) 거버넌스 취약점 공격 직후 가동을 중단하고 123만 ATOM을 검증자가 통제하는 지갑으로 회수했다. 보고서는 자산이 보존됐지만 대응 과정에서 네트워크 개입과 주권을 둘러싼 논쟁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매직 에덴이 사용했던 구형 프로토콜에서도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화이트해커의 개입으로 대체불가토큰(NFT) 3832개가 안전하게 회수됐다. 현재 활성화된 거래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이 제시한 이번 주간 지표는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 유입과 거래 활력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물 ETF 수요와 토큰화 상품 확대는 시장 참여 기반을 넓히고 있지만, RWA 선물 거래 감소와 높은 국채 금리는 부담으로 남아 있다. 향후 시장 흐름을 판단할 때는 가격 상승뿐 아니라 ETF 순유입의 지속 여부, 파생상품 거래 회복, 규제 변화와 네트워크 안정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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