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한 관계망이 기존 플랫폼을 대신할 수 있을까. 촌은 신원인증에서 출발한 관계 데이터를 광고와 보안, 바이오 등으로 확장하고, 국내에서 검증한 사업 모델을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근영 촌 창업자·이사회 의장은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CHON Investor Day 2026' 클로징 키노트에서 촌의 사용자 확산 전략과 관계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모델, 웹3 광고와 보안 사업, 글로벌 진출 및 투자 계획을 밝혔다.
"훔쳐갈 게 없다"...관계로 신원 검증하는 'Nothing to Steal'
신 의장은 기존 아이디·비밀번호 중심 인증에서는 계정 정보가 탈취될 경우 공격자가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지만, 촌은 함께 근무하는 팀원 등 여러 사람이 형성한 관계까지 확인해 신원과 권한을 검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관계와 경험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암묵지'와 같다면서 "실제 관계에서 나온 암묵지는 위조가 어렵고 어떤 인공지능도 해킹할 수가 없으며 이를 활용한 신원인증 방식은 'Nothing to Steal', 훔쳐갈 게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AI와 블록체인이 결합되는 미래에서의 잠재력도 강조했다. 신 의장은 "AI가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도구라면 블록체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원본과 소유권을 구별하고 자산화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라며 "모든 자산이 토큰화되고, AI와 블록체인 결합되는 미래에 촌의 관계 기반 데이터가 새로운 디지털 자산과 서비스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의장은 기존 신원인증 서비스가 실제 이용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한계를 짚었다. 주민등록증이나 과거 공인인증서 등은 이용자가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제도나 서비스 이용을 위해 요구되는 방식으로 확산됐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탈중앙화 신원증명(DID)의 경우 "기술은 있는데 사용자가 없었다"며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촌은 신원인증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이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통해 앱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앱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행사장에서 QR코드로 체크인해 신청자와 실제 참석자를 파악할 수 있는 '모임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실제 사용처를 늘려 앱 이용자 확대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관계가 사업이 된다...바이오·웹3 광고 등 18개 모델
신 의장은 "상호인증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한 모델이 18개라고 밝혔다.
먼저 촌이 바라보고 있는 사업 중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바이오라며 가계 정보와 관계 데이터를 바이오 데이터 기업과 연계해 분석하고, 이를 AI와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단체가 이용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도 주요 사업 방향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아티스트와 전 세계 팬 커뮤니티 등이 자체 이용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콘텐츠 공유, 굿즈 구매와 예약까지 하나의 독립적인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며 "넷플릭스, 네이버, 유튜브 같은 기존 플랫폼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촌은 이런 기존 플랫폼 중심 광고 시장의 일부를 웹3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사업 모델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플랫폼이 사라져도 광고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기존 플랫폼 중심의 광고 수익 배분 구조와 달리 광고 수익을 촌과 관계망을 구축한 운영자, 실제 이용자가 나누는 웹3 광고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데이터 관리와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몫을 제외하고 광고 수익의 일부를 관계망을 만든 단체나 운영자와 이용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로, 촌 앱에서 나오는 광고는 보면 볼수록 돈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계 데이터가 축적되면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타깃 광고가 가능하고, 촌수 등 관계의 긴밀성을 활용해 광고와 마케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사업 적용 사례로 식권 서비스 기업 등을 통해 촌 앱을 보급하고 식당에는 점주가 고객과 직접 관계를 형성·관리할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안과, 학생들이 직접 디지털 앨범을 만들고 상호인증으로 관계망을 형성해 졸업 이후에도 교사와 학생, 동문 간 연결을 이어갈 수 있는 '디지털 졸업앨범' 등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사진과 동영상, 논문 등 각종 기록을 관계 데이터와 함께 세대에 걸쳐 전달하는 '디지털 족보'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후손이 조상의 이름과 관계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전의 모습과 저작물, 기록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촌은 관계 인증에서 파생되는 신규 사업 모델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신 의장은 현재 2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2건을 출원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때마다 방어를 위한 특허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진출·후속 투자 추진...글로벌 사업 확대
아울러,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촌은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온 만큼 향후 미국 현지 파트너와 사업을 추진하고 후속 기관투자 유치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사업 확대와 시리즈A 투자 유치를 거쳐 IPO 또는 ICO 등 다양한 자본시장 진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 의장은 "앤세스트리(Ancestry) 등 해외에서는 DNA 검사와 역사 기록 등을 활용해 자신의 조상과 가족의 흔적을 찾는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다"며 촌의 글로벌 시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6년간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보완하며 사업을 준비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관계 기반 신원인증의 실제 사용처를 넓히고 이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하이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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