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달러 늘어 365조달러를 넘어섰다. 법정화폐 구매력 하락에 대비하는 거래가 비트코인(BTC)과 금을 떠받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부채가 10조달러 증가해 365조달러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49경5305조원 규모다. 신흥시장 부채가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IIF가 집계한 글로벌 부채에는 가계·비금융기업·금융기관·정부 부채가 포함된다. 본지는 앞서 신흥국 부채가 110조달러를 넘어섰고 글로벌 부채가 365조달러를 웃돌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부채 규모는 40조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이자 지출은 1조2700억달러(약 1723조원)로 늘어 국방비와 메디케이드 지출을 웃돌았고, 사회보장 지출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IIF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부채 이자 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부채 40조달러는 현재 환율 기준 약 5경4280조원에 해당한다.
부채가 커지면 정부가 차입 비용을 낮추거나 물가 상승을 용인해 부채의 실질 가치를 낮추려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법정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자산을 찾는 흐름이 이른바 '통화가치 하락 거래'다.
이 거래는 부채가 늘어난다고 곧바로 특정 자산 가격이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금리 상승은 정부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자금 유입을 제한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달 초 한때 9만달러에 근접했다. 다만 부채 확대가 비트코인 상승의 단일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부채 증가와 법정화폐 구매력 하락은 최근 상승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닉 퍼크린(Nic Puckrin) 코인 뷰로(Coin Bureau) 창립자 겸 크로스에셋 애널리스트는 “현재 환경은 비트코인과 금 같은 ‘통화가치 하락 자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국의 부채가 커질수록 실질 차입 비용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이 부채의 실질 가치를 약화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퍼크린의 발언은 비트코인과 금을 같은 성격의 자산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라, 부채와 인플레이션이 통화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을 헤지하려는 시장의 해석을 설명한 것이다.
달러 구매력 변화도 같은 논리의 근거로 제시됐다.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 분석가는 달러 구매력이 2020년 이후 23% 하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자산 가격이 30% 오르는 데 그쳤다면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손익분기 수준에 머문다는 설명이다. 명목 가격이 상승해도 물가와 통화가치 하락을 함께 고려해야 실제 구매력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인 2%를 60개월 연속 웃돌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수치는 통화가치 하락 거래가 단순한 가격 움직임보다 물가와 실질 구매력을 함께 보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금은 통화가치 하락 우려가 커질 때 전통적인 대체 자산으로 거론돼 왔다. 비트코인은 제도권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금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평가돼 두 자산을 동일한 안전자산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투자자가 이 흐름을 살필 때도 부채 총액만으로 시장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금리 수준과 물가, 유동성 흐름이 비트코인과 금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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